[기자의 눈/이진구]민노총 “정권교체 위해 내년 총파업” 이유는 묻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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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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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년 하반기(7∼12월) 조합원 40만 명이 참가하는 총파업 투쟁계획을 27일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현저히 떨어진 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하고, 이듬해(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 정권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자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올해 하반기 이른바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연대해 상설 공동투쟁체제를 구성하고, 진보 정당 대통합 등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내년 초에는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사업장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조직 확대 사업을 집중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 계획을 올 하반기에 열리는 중앙위원회와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하고 내년 초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쉽게 말해 ‘묻지마 파업’이기 때문이다.

파업은 노조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이 권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때 가장 마지막으로 신중하게 써야 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민주노총이 1년 전에 ‘내년 하반기 40만 조합원 총파업’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총파업을 위해 내년 하반기까지 어떤 사안이든지 대화도, 협상도 모두 결렬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현재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정착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조의 반발로 파업과 직장폐쇄도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내년까지 끌고 가 총파업을 하겠다는 생각인 것일까.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처음으로 복수노조가 도입된다. 복수노조는 노동계 판도를 바꿀 만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큰 마찰이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일이다. 복수노조로 인한 큰 마찰을 예견하고 미리 총파업을 준비하자는 것일까.

민주노총은 계획서 초안에서 ‘총파업 후 대선에서 진보 정권으로의 정권교체’를 밝히고 있다. 내년 총파업이 정권교체를 위한 세 결집 차원임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또 여기에는 그동안 3, 4차례의 총파업 불발로 땅에 떨어진 민주노총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왜 일반 근로자가 민주노총의 정권교체에 동원돼 거리로 나서야 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혹시 민주노총은 근로자들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위한 존재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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