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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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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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봄 하버드 예일, MIT, 스탠퍼드 등 미국 엘리트대학 재학생들에게 그룹의 글로벌 비전을 설명하면서 “우리 회사로 오라”고 구애했다. 삼성 LG 현대차 같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글로벌 인재를 구하기 위해 직접 해외로 뛴다. 서울대는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이지만 세계 인재시장에선 일본 도쿄대는 물론이고 싱가포르대나 중국 베이징대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5월 초 서울대 총장선거 풍경을 보면 이 대학이 글로벌 인재의 산실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후보 3명 모두 ‘세계 선도적 대학’을 비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표를 모은 것은 포퓰리즘 공약이었다는 평이다. 기호 1번 오연천 교수는 “학자로서의 원칙론보다 현실적 대처능력이 중요하다”며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연봉 3000만 원 인상’ 약속에 환호한 교수가 많았다고 한다. 오 교수가 최다 득표를 한 것이 연봉 인상 공약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일부에선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서울대 교수들이 포퓰리즘에 넘어가는데 ‘퍼주기 공약’에 솔깃한 유권자 나무랄 것 없다”는 개탄도 나왔다.

▷미국 경제가 암만 흔들려도 미국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정상(頂上)을 지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미국 대학의 경쟁력이다.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시대에 국가경쟁력은 대학이 이끈다. 경제규모 10위권의 대한민국이라면 최소한 두세 개의 세계적 명문대학이 나와야 한다. 현재 계류 중인 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통과하면 예산과 인사권까지 맡아 역대 총장 중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신임총장의 책임이 무겁다. 법인화의 목표가 경쟁력 제고에 있는 만큼 교수들과 정면으로 부닥칠 일도 꽤 있을 것이다.

▷오 교수가 20일부터 제25대 총장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서울대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의 성숙단계로 나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선진국 문턱에 선 지금, 서울대 총장의 소명은 서울대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가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대를 개혁하는 일에는 서울대 구성원의 이해를 넘어 국가적 성패가 걸려 있음을 오 총장은 명심해야 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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