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광재 당선자의 고장 난 法인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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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지방자치법에 따라 7월 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를 당할 위기에 놓인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도지사 직무를 행사하는 데 강한 미련을 드러냈다. 그는 그제 “도민이 뽑은 도지사가 도민의 열망이 담긴 사업을 전진시키려는 것은 당연하다. 직무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법과 정치에서 국민의 선택이 더 중요하기에 법을 해석할 때는 탄력성, 신축성 있게 해 업무가 이어지도록 해줘야 한다. 헌법이론을 보더라도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국민 선택’이 ‘정부의 것(지방자치법)’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이 당선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 원을 선고받았다. 지방자치법에는 자치단체장이 1심이나 2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토록 규정돼 있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도 출마를 강행한 이 당선자와 그를 공천한 민주당이 강원도 행정에 혼선을 초래한 원죄(原罪)가 크다. 이 당선자가 대법원 판결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도지사 직을 잃고 강원도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판이다.

이 당선자가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강원도민의 ‘정치적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법적 심판이 의미를 상실했다고 생각한다면 고장 난 법(法)인식이다. 도지사 선거를 비리의혹에 대한 구명(救命)투쟁 수단으로 여겼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국법의 심판은 선거결과보다 우위에 있다. 그것이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다. 대통령이라 해도 국법의 한계를 넘어서 직무를 행사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지방자치법의 해당 조항을 현직 단체장이 아닌 당선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단체장과 임기가 시작되는 단체장에게 조항을 달리 적용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 당선자는 사법 절차가 강원도민의 선택을 부당하게 무력화하고 있다는 듯한 그릇된 언행을 삼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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