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삐라 인터넷 앵무새’ 총동원한 北의 대남 심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일 03시 00분


북한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응징을 모면하기 위해 심리전으로 우리의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해킹으로 입수한 우리 국민의 주민번호와 아이디를 도용해 국내 포털 사이트에 거짓 주장을 담은 글을 띄운 사실을 적발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서울 성수동의 한 대형마트와 옥수역 근처에서 ‘천안함 사태의 증거가 조작됐다’는 내용의 유인물 300여 장을 수거했다.

대남 심리전은 남한의 일부 종북(從北) 세력과 북한이 거짓을 주고받으면서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공작이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북한은 시치미를 떼고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남한의 일부 좌파들이 천안함이 “좌초해 동강났다” “철판 피로 때문에 부러졌다” “내부 폭발로 침몰했다” “미군 잠수함과 충돌해 가라앉았다”는 ‘소설’을 썼다. 어지러운 유언비어를 한 방에 잠재운 것은 지난달 15일 쌍끌이 어선이 기적같이 건져 올린 어뢰 추진부와 2006년 우리 군 정보당국이 제3국을 통해 손에 넣은 북한의 수출무기 카탈로그였다.

그러자 북한은 연어급 잠수정이 없다고 맞받아쳤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다. 2008년 일본 언론은 북한이 어뢰발사관 두 문을 갖춘 130t급 잠수정을 이란에 수출했다고 보도했고, 이란 해군은 가디르급으로 명명한 이 잠수정 진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구글어스도 2006년 북한 비파곶 기지에 정박한 연어급 잠수정을 찍은 사진을 사이트에 띄워 놓고 있다. 연어급은 한미연합사가 붙인 별명으로 북한에서는 이 용어를 쓰지 않을 뿐이다.

북쪽의 선전선동을 따라 외는 남쪽 앵무새들은 “북한에서는 1호를 쓰지 1번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때 생포된 이광수 씨는 “북에서 어뢰 부품을 다룰 때는 ‘번’을 쓴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남한의 종북 세력이 떠드는 주장을 짜깁기해 사이버 세계로 전파하고 다시 남한의 앵무새들이 이를 인용한다. 남과 북이 주고받으면서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키려는 ‘증폭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비판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거짓 주장과 허황된 논리에 넘어갈 수도 있다. 북의 간교한 심리전 공작과 종북 세력의 준동에 우리 사회가 추호라도 흔들리는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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