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장병구조, 원인규명, 후속대응’ 만전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장병 104명이 작전을 수행하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두 동강 나면서 다수의 장병이 타고 있던 함미(艦尾)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현재로서는 선체 접근이 어려워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생사 불명인 장병 46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해군은 어제도 함미를 찾는 작업을 벌였으나 물의 흐름이 빠르고 시계(視界)가 나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해군의 수색 및 구조작업을 지켜보는 국민도 부모나 가족처럼 애타는 심정이다.

실종자들은 함미의 아래쪽 기관실 침실 등에서 근무하거나 휴식을 취하다 선체가 폭발과 함께 분리되면서 함께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 함정은 크고 작은 격실(隔室)로 이뤄져 유사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70여 시간 생존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신속한 수색과 구출작업을 통해 한 명의 인명이라도 더 살려내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사건은 1974년 2월 해군 훈련병 300여 명을 태운 YTL정(艇)이 충무 앞바다에서 악천후로 침몰해 150여 명이 숨진 이후 최대의 참사다. 군 장병들에게는 전시(戰時) 못지않게 평시(平時)에도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이런 대규모 참사가 평시에 일어나 더욱 불안하고 안타깝다. 이명박 대통령은 침몰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되 섣부르게 예단해서는 안 되고, 예단을 근거로 혼란이 생겨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현혹되지 않으면서 원인규명 작업을 침착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세 가지 가능성을 말한다. 북한의 어뢰 공격 또는 남북 어느 쪽이 깔아놓은 기뢰와의 접촉, 함미에 배치된 탄약고와 유류고의 폭발, 암초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북의 잠수정이나 잠수함이 북방한계선(NLL)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우리 해역 깊숙이 들어와 어뢰를 쏘기는 어렵고, 북의 소행으로 볼 징후나 특이한 동향은 아직 없다고 한다. 하지만 레이더 탐지를 기만하는 전술로 어뢰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선체 내부 폭발은 안전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암초와의 충돌은 우리 해군 함정들이 익숙한 항로여서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견해가 많다. 폭발 당시의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서는 생존자들의 증언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북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1999년 이후 세 차례의 해전(海戰) 도발 때보다 단호하고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 수호 차원의 문제다. 내부 폭발이나 암초 등에 의한 사고로 밝혀진다면 우리 군(軍)의 책임이 무거워진다. 작전 지휘 및 기술 분야에 대한 관리 책임을 엄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이번 참사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해군의 명예, 작전수행 능력을 시험하는 위중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정확하고 신속한 원인 규명과 그에 따른 후속 대응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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