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균 출산연령 31세, 아이는 한 명’ 저출산의 재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한국이 합계출산율 최저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2009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2008년 세계에서 가장 낮았던 합계출산율(1.19명)이 지난해 1.15명으로 더 떨어졌다. 아이 울음소리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사라지면 저출산의 국가적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두렵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44만5000명으로 1981년 86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2016년부터 생산가능 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2018년엔 총인구가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 결과는 국가 성장잠재력 약화, 노인 부양비용 급증, 사회 활력 저하 등 ‘잿빛 사회의 도래’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해 출생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혼 연령의 고령화와 20대 출산율의 저하다. 평균 출산연령은 전년도보다 0.2세 높아진 31세로 1984년 이래 계속 고령화하고 있다. 20대 후반(25∼29세) 여성이 낳은 아이 수는 2008년보다 1만3000명 감소했다. 20대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만혼(晩婚) 추세 때문이다. 취업난으로 청년의 사회진출 시기가 늦어지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게 되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연령이 높아진다.

정부는 지난해 출산 장려를 위해 4조8000억 원의 예산을 썼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혼이 왜 늦어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응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이 미혼과 만혼을 낳고, 취업한 여성은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하더라도 보육의 어려움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린다. 이런 중층적 인과관계의 연결고리를 끊는 대책이 중요하다. 우선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보육체계를 혁명적으로 바꾸어내야 한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이 취업 여성의 31%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육아휴직, 양육비 지원 등 제도적 인프라가 상당히 개선되고 있지만 ‘아이 낳고 싶은 세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낮은 육아휴직 급여, 복직 후 불이익에 대한 걱정도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여성 근로자들의 출산 및 육아 휴직으로 기업 내에서 장기간의 근로 공백이 빚어지게 되면 기업에도 부담이다. 이를 덜어주기 위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이나 국가장기비전을 국민 앞에 꺼낼 생각이면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 종합적 대책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만큼 출산율 제고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걸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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