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노조법 改惡하면 경제 말할 자격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노동관계법 단일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한 다자협의회가 오늘 마지막 논의를 한다. 노사정국(勞使政國) 8인 연석회의는 22∼24일 회동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환노위가 예정대로 28일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연석회의에서 양보와 타협이 이뤄져야 하지만 노동계의 요구만 추가하는 등 편파적인 중재안이 나올 경우 분란만 커질 수 있다.

연석회의에서 집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노사정이 합의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 한나라당은 이미 경제계의 기대를 저버렸다. 한나라당이 8일 발의한 개정안은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통상적인 노조 관리업무’에 대해서도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임오프 대상을 ‘노사교섭과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관련 활동’으로 한정한 노사정 합의에서 명백히 후퇴했다.

환노위 전문위원도 ‘한나라당 안은 노조가 부담할 부분까지 사용자에게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등 타임오프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나라당 안은 노조에 ‘타임오프 혜택을 많이 받으려면 단협에서 잘 싸우라’고 부추기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11명은 노사정이 2012년 7월로 합의한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내년 1월로 앞당기자는 안까지 냈다. 이명박 정부가 노사관계 선진화를 추진한다는데 여당은 툭하면 ‘퇴보화 법안’을 꺼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국노총과의 정책연합이 더 중요한지,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더 중요한지 밝혀야 한다.

노사정 합의 때는 없다가 연석회의에 추가된 참석자는 민주당(2명) 한나라당(1명) 민노총(1명)이다. 연석회의가 노사정 합의를 존중한다고 해도 민주당과 민노총의 요구 위주로 덧칠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노사정 논의 도중 탈퇴했던 민노총이 오늘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개정안을 제안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향후 노사관계는 물론이고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노동관계법 개정 문제가 정치적 논의에 휘말려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나라당의 행보가 중요하다. 한나라당이 노사정 합의 정신을 온전하게 지켜낼지 아니면 개악(改惡)을 할지, 개정안 처리 과정을 중소기업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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