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연구원 노조의 파업책임 끝까지 물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한국노동연구원 노조가 파업 84일 만인 그제 업무 복귀를 선언했다. 노동연구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갔고, 박기성 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연구원 측은 현재 노조원 개개인을 상대로 업무복귀 확인서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달랑 확인서 한 장 받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노조원들을 업무에 복귀시킬 일이 아니다. 석 달 가까이 연구원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공공기관으로는 정부 수립 이후 첫 직장폐쇄까지 초래한 노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동연구원은 ‘노동관계 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분석함으로써 합리적인 노동정책 개발과 노동문제에 관한 국민 일반의 인식 제고에 이바지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올해 예산은 정부 지원금과 노동부 위탁사업 수입을 합쳐 237억여 원으로 이 중 연구사업비로 158억 원, 직원 101명의 인건비로 58억 원이 배정됐다. 모두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다. 강성노조가 장악해 좌지우지하는 기관을 국민 세금으로 계속 운영하며 노동정책 연구를 맡겨야 하는 것인지 회의가 생긴다.

연구원의 조직 운영이나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과 규정집을 보면 노동연구원이 과연 노동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인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노동관계법상 노조 참여가 불허된 기획조정 예산 인사 회계 등 부서원과 일부 팀장까지 노조에 참여하고 있다. 단협에는 사측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기밀을 누설하거나 금품수수, 부정 채용을 해도 사측이 해당자를 징계조차 할 수 없다. 노동운동의 모범을 보여야 할 노동연구원이 앞장서 불법 탈법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박 원장이 잘못된 조직 운영을 바로잡고 터무니없는 단협을 교정하려 하자 박 원장의 집 앞까지 몰려가 협박성 시위를 벌이고 파업으로 대응했다.

노동연구원 문제는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과도 직결돼 있다. 노동연구원을 아예 해체할 것이면 모를까 계속 존치해 제 기능을 하게 하려면 이번 사태를 원장 사퇴 선에서 미봉해선 안 된다. 잘못된 단협은 반드시 고쳐야 하고, 업무방해와 퇴거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고발된 노조지부장 등 38명에 대해서도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연구 성과의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연구원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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