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자회담 재개 늦어질수록 北의 고통 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미 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은 끝내 6자회담 복귀 약속을 하지 않았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박 3일간 평양에 머무는 동안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을 만나는 데 그쳤다. 보즈워스 대표는 어제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요청을 하지도 않았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도 없었다고 밝혔다. 양측이 실무 수준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교환한 탐색전 차원의 대화였던 셈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미 양측이 “6자회담의 필요성과 역할, 2005년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6자회담은 죽었다고 하던 북한이 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기로 약속한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북한이 변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해서 보상은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명시적으로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하지 않은 북한에 대해 성급하게 후한 평가를 할 수는 없다.

굳이 이번 회담의 성과를 꼽자면 미국과 북한이 처음으로 속마음을 교환한 것 정도이다. 북한은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벼랑 끝 전술로 사태를 계속 악화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즈워스 대표도 “이번 회담이 매우 유용했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북한의 속셈과 향후 전략을 판단할 수 있는 직접 정보를 얻은 것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이 성공도 아니지만 실패도 아니라고 중립적으로 평가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한국 정부에 회담 결과를 설명한 데 이어 오늘부터 중국 일본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북한과의 대화내용을 전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미 대화의 결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후속 협의가 계속된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접촉 결과를 보고 6자회담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미국에 6자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늦어질수록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인한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보즈워스 대표를 통해 전한 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갖게 된다. 6자회담 복귀는 그 길로 가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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