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호사와 금감원의 기득권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우리 사회의 대표적 기득권자들이 권한과 이익을 더 늘리려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 하나는 상장기업에 변호사 출신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의 추진이다. 개정안은 다음 주 국회 소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변호사는 현재도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 업무까지 할 수 있는데 준법지원인 제도까지 의무화되면 이들이 이득을 취할 기회는 더 늘어난다.

또 하나는 금융감독원이 은행장과 은행 임원 후보자에 대해 사전에 전문성과 청렴성을 검증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금감원에 협조적인 인물로 은행 경영진이 채워지고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33명 가운데는 법조인 출신이 19명이고 법학교수 등 법학 전공자가 6명이다.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기업의 준법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변호사의 기득권 챙기기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개정안은 준법지원인 자격을 ‘변호사나 법학 조교수 이상으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변호사 외에 공인회계사 등으로 문호가 열려 있는 금융회사 준법감시인 제도보다 더 폐쇄적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710개 거래소 상장기업과 1020개 코스닥 기업을 합쳐 1730개 기업이 최소한 1730명 이상의 준법지원인과 지원부서에 근무할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이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 것은 기업에 추가적 부담이자 사회적 낭비다. 대기업은 법무실을 두고 자체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준법지원인 제도는 옥상옥(屋上屋)이다. 법률 수요가 적은 중소기업은 필요할 때마다 변호인을 선임하면 될 일이다.

준법지원인 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서 기업의 투명경영과 준법경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2000년부터 금융회사에 준법감시인 제도가 도입됐으나 할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해 겉돌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인력 낭비와 이중 통제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금감원이 추진하는 은행장에 대한 ‘사전 적격성 심사제도’도 감독기관의 지나친 개입이자 밥그릇 챙기기 성격이 짙다. 은행 보험 증권회사 같은 금융회사의 감사 자리를 싹쓸이해 부실경영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금감원이 은행장까지 심사하겠다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금융위원회조차 부정적 반응을 보일 정도다. 은행장 적격성은 시장이 가장 잘 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