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은혁 판사 보면서 사법부 신뢰할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서울 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현 진보신당 대표)의 후원 모임에 참석하고 후원금도 낸 것에 대해 대법원이 법관 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따지고 있다. 마 판사의 처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 논란을 일으킨 그의 판결이 개인적인 정치 성향과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마 판사는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을 점거한 혐의로 기소된 민노당 관계자 12명에게 5일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는 민주당 당직자들도 함께 점거했는데 검찰이 민노당 관계자들만 기소한 것은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 취급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민주당 당직자들은 국회의장 퇴거 명령 후 자진 해산했지만 민노당 관계자는 점거를 계속하다 체포됐다”며 “민노당 관계자 19명 중에서도 전과가 있는 12명만 기소했으며 공소 기각은 불고불리(不告不理·공소 제기가 없으면 심리할 수 없음)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마 판사의 판결은 노 전 의원 후원 모임에 다녀온 뒤 6일 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대학시절 노동운동을 할 때부터 노 전 의원과 알고 지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나 마 판사의 정치 성향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면 문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법관의 독립을 규정했다. 헌법 조항의 ‘양심’은 재판관으로서 직무상의 양심이나 객관화된 양심을 말하는 것이며, 개인의 신앙 도덕심 정치소신이 아니라는 것은 헌법학의 통설이다.

법원조직법에 판사가 할 수 없는 행위로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을 명시한 것이나 법관윤리강령에 ‘개인적 사상, 가치관, 종교 등으로부터 오는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판사의 정치 성향과 법률 외적 요인이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마 판사의 정치 성향이 이번 공소 기각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는 재판을 통한 정치활동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

마 판사가 정치 성향과 관련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처신을 한 것부터 잘못이다. 가뜩이나 마 판사가 소속됐다는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의 ‘사법의 정치화’ 조짐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법원은 국민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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