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양섭]금융위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주 지구촌에서 벌어진 굵직한 뉴스들 가운데 작은 소식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두바이월드가 직원 1만여 명을 줄였다는 내용이다. 두바이월드는 걸프 만에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을 만들고, 또 세계지도와 닮은 300개의 인공 섬 리조트 ‘더 월드’를 만들겠다고 해 세인의 이목을 끌었던 회사다. 지금 그 섬들에서는 망치질 소리가 멈췄다고 한다. 한때는 브래드 피트가 에티오피아를 닮은 섬을 샀느니, 마느니 하는 말들이 있었으나 이제는 조용하다. 두바이의 통치자만이 섬 300곳 중 1곳을 상징적으로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음주와 가무를 좋아해 우리와 기질이 가장 닮았다는 아일랜드, 그 나라에 최근 걱정스러운 통계 하나가 발표됐다. 지난해 아일랜드에 이민 온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6만5000명이 많다는 것이다. 19세기 중반 기근으로 먹을 것을 찾아 100만 명 이상이 나라를 떠났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아일랜드로서는 걱정되는 소식이다.

금융위기의 상처는 넓고도 깊다.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두 나라가 헤매고 있을 정도로 금융위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세계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조금 살아나는 듯하지만 더블딥 우려 때문에 게걸음 장세다. 미국 소형 은행들의 파산이 계속되고 있으며 수백 곳이 무너질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망령이 여전히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10%에 육박하는 실업률도 큰 부담이다.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미국이 아직 덥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만 붕 뜬 것 같아 걱정이다. 한국경제가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라는 평가 때문일까. 부동산에 돈이 몰려 이상과열 조짐마저 나타났다. 개인들이 앞 다퉈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일종의 빚을 내 투자에 나선 탓이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높여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아직은 모른다. 한국경제를 종종 문제 삼은 파이낸셜타임스 렉스칼럼은 최근 또다시 은행권의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이 부담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물수요 증가 없이 유동성만으로 성장을 이룰 수는 없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수요를 견인할 만한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노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거나 물건이 잘 안 팔린다는 소리가 들린다. 택시를 타보면 손님이 줄었다며 울상이다.

그렇다고 해외소비가 살아난 것도 아니다. 수출이 반짝 상승하는가 싶더니 석유와 곡물 금속 등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겨우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를 까먹고 있다. 여기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엊그제 한국의 수출주도정책과 환율을 대놓고 문제 삼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환율을 낮추고 무역흑자를 줄이라는 압력이다.

지금 세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출구전략이든 부동산 정책이든 정책의 강약과 완급이 중요한 시기다. 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우리는 지난해 금융위기 초기에 과감한 재정지출 정책으로 어느 나라보다도 더 빨리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도 정책당국이 실기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해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윤양섭 국제부장 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