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베이징 현대차의 새로운 목표 ‘4, 5, 6, 7’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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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8시 베이징(北京) 현대자동차 순이(順義) 2공장. 토요일인데도 전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었다. 근로자들이 매일 11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다음 달에는 건국 60주년 국경절(10월 1일)과 추석 연휴까지 8일이나 휴무해 미리 재고를 확보해야 하기에 휴일도 없다.

이날 공장 견학에 나선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단은 말로만 듣던 ‘현대 속도’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6월 중국 진출 6년여 만에 150만 대를 판매했다. 중국에 먼저 진출한 이치(一汽)폴크스바겐이 진출 13년 만에 100만 대를 판 이전 기록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최근 주력 브랜드로 떠오른 ‘엘란트라 웨둥(悅動·고객에게 운전의 기쁨을 주고 생활에 활력을 준다는 뜻)’은 올해 6∼8월 연속 월간 2만 대 이상 팔려 중국 내 50여 개(19개 합작기업 포함) 자동차업체가 생산하는 250여 개 브랜드 중 최고다.

베이징현대가 지난해 말 세운 올해 목표는 ‘1, 2, 3, 4’. 판매 순위를 7위에서 6위로 1계단 올리고,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20% 늘어난 월 3만 대, 연 40만 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4, 5, 6, 7’로 수정됐다. 판매 순위를 4위, 연간 50만 대 이상, 전년대비 60% 성장시켜 시장 점유율을 7% 이상 확보한다는 의미다. 이 목표도 올해 누적 판매대수가 이번 달 말 40만 대를 넘을 전망이어서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7년 한때 슬럼프에 빠졌던 베이징현대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딜러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여기저기서 차를 빨리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다. 허난(河南), 칭하이(靑海) 성 등 일부 지역은 시장 점유율이 이미 ‘매직 넘버’ 10%를 넘겼다.

베이징현대의 선전 배경엔 중국 정부가 소형차 구매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적 요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경영진의 전략적인 판단과 준비, 노사화합이 더 큰 요소인 듯 보였다. 선진국 업체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올해 중국 시장 성장률을 5% 이하 또는 마이너스성장을 예상할 때 현대는 23% 이상으로 높여 잡고 준비했다. 평균 연령 26세인 중국 근로자들의 헌신과 열의도 빼놓을 수 없다. 베이징현대 노재만 사장은 “산을 오를 때는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해 겸손한 자세도 잊지 않았다. 베이징현대 공장에는 중국 국내외에서 한 해 8만 명가량이 견학하며 ‘코리아 현대’에 감탄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새로운 신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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