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운찬 후보자, 세종시 ‘설계변경’ 소신 돋보였다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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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첫날 최대 쟁점은 세종시 문제였다. 정 후보자는 “(세종시 건설은) 국가 전체로 봐서 행정적 비효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훌륭한 답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더 했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총리에 내정된 직후인 3일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기에 (세종시 원안 추진은) 효율적 방안이 아니다”며 원안 재검토를 밝혔던 소신을 그대로 유지했다.

충남 출신이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지지하는 경제학자이면서도 “세종시에 자족적 문제가 있어 보이니 논의를 해보자”고 운을 뗀 정 후보자의 자세는 돋보였다. 청문회에 앞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총리 개인의 소신”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집권당의 책임 있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

세종시 건설은 광복 후 최대의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전문가 집단에서 나온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충청 표를 겨냥해 즉흥적으로 내놓은 ‘수도 이전’ 공약이 위헌 결정을 받은 뒤 더 악성의 ‘수도 분할’로 변형됐다.

어제 출간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세종시는 주요 정책으로 언급돼 있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균형발전정책으로 채택했던 행정도시,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에 대해 단 네 문장으로 소개하는 데 그쳤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기 어렵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치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노 정부 최대의 대못질을 회고록에서 간단히 다루고 넘어간 이유가 궁금하다.

정 후보자는 “세종시 건설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반드시 원안대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절반의 면적에 9부 2처 2청을 비롯한 35개 기관의 공무원과 그 가족, 다른 종사자까지 합쳐도 인구 5만여 명을 채우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시의 공무원들은 단신(單身) 부임하거나, 고속철도가 생기면 출퇴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 논리로 추진된 세종시가 막대한 세금만 낭비하고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행정 비효율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면 ‘원안대로’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세종시 건설에 쓰일 사업비는 22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 돈으로 국가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고 충남 발전에 기여하는 합리적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정 후보자가 충남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세종시의 새 밑그림을 그리는 데 적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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