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다자회담 시사에 솔깃할 때 아니다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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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다시 나오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비핵화 문제를 양자 또는 다자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양자대화는 북-미 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주 북-미 양자대화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이 회담복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열리기는 했다. 더구나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다이빙궈를 평양에 보내 대화 재개를 설득한 결과여서 김 위원장의 말은 행동으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다자대화라는 참가대상국 수가 애매한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6자회담이 곧 재개될 것처럼 성급하게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북한이 끈질기게 요구하던 북-미 직접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의미가 혼란스러운 다자대화를 끼워 넣었을 수도 있다.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중단된 이후 북핵 사태는 크게 악화됐다. 북한은 올해 5월 2차 핵실험을 했고 지난달에는 우라늄 농축 실험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북한이 보유 핵무기를 늘려 최대 10개를 갖고 있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 해도 핵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양자와 다자대화의 운을 뗐을 뿐이다. 북한 관영 언론은 아무런 언급이 없어 김 위원장의 대화 재개 의사에 무게가 실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은 4월 “6자회담에 절대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자회담을 하자면서 3자회담이나 4자회담을 요구해 6자회담 참가국의 분열을 노릴 수도 있다. 북한의 과거 행태로 미루어 보면 대화 재개를 이유로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9·19 공동성명’ 4주년을 하루 앞두고 대화 재개 의사를 표명했다. 북한은 당시 성명에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북은 9·19 공동성명을 비롯한 6자회담의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2차 핵실험까지 실시해 유엔의 제재를 자초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북한의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대화 제의에 우리가 솔깃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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