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강댐 대책건의 묵살’ 경위 밝히고 問責해야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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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군과 파주시가 북한 황강댐 방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국무총리실과 국토해양부 통일부 등 관계 부처에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번번이 묵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천군은 작년 7월 “황강댐의 저수량이 3억∼4억 t으로 한탄강댐이나 팔당댐보다 훨씬 많다. 사전 통보 없이 무단 방류하면 물폭탄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 의제로 상정해 논의해달라고 건의했다. 임진강 하류 지역의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대응댐의 저수량을 늘리고 공사를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총리실과 국토해양부는 꿈쩍도 않았고 회신조차 안 했다.

이제야 국토부는 “황강댐에 대응하기 위해 군남댐을 건설하고 있었고, 남북대화 재개 시 당연히 의제로 상정돼야 할 내용이므로 회신하지 않았다”고 해명한다. 총리실은 “해당 부처에서 처리하는 상황을 지켜본 뒤 문제가 발생하면 조율할 예정이었다”고 주관부처에 책임을 떠넘겼다. 긴급한 건의를 뭉개고 조치를 미루다 결국 야영객 6명의 희생을 불렀다. 정부는 임진강 사고와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연천군 직원을 입건할 계획이다. 그러나 송사리만 잡고 부처에서 건의가 묵살된 경위를 밝혀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는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

1996년부터 3년 연속 임진강 범람으로 대규모 홍수 피해를 당한 연천군과 파주시는 2002년 황강댐 건설계획이 알려졌을 때부터 정부에 대책을 건의했다. 군남댐 증설, 별도 지하댐 건설 같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토부는 묵살했다. 북이 완공된 황강댐의 담수(湛水)를 끝낼 즈음 두 지방자치단체는 다시 ‘물폭탄’을 경고했지만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미루는 행태가 공직사회에 만연하게 된 데는 결과만 따지는 감사원의 감사 방식도 책임이 크다. 감사원은 작년에 금융위기를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적극 행정 면책(免責)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으나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연천군 건의를 묵살한 관계자에 대한 감사와 아울러 조치를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문책하는 감사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같은 대형 참사도 따지고 보면 기본 업무를 게을리 한 담당자들의 근무 태만과 무책임이 원인이다. 지금 정부는 지지율이나 인기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공직 기강을 바짝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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