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국민 앞에 ‘고품질 청문회’ 한번 해보라

  • 입력 2009년 9월 14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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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신임 장관 6명과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2일까지 잇따라 열린다. 인사청문회는 새로 임명된 고위 공직자가 자질 문제로 국정에 부담을 주거나 중도 사퇴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검증을 해보자는 제도이다. 국가적으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자리이니만큼 후보자와 국회 모두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등에 대해서는 2000년, 검찰총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은 2003년, 국무위원은 2005년에 각각 도입됐다. 그만하면 역사도 꽤 됐고, 다수의 결격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하는 등 그런대로 효과도 있었다. 공직에 몸담고 있거나 미래의 공직 희망자들에게 평소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도 주었다.

그러나 고쳐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동안의 청문회는 ‘네거티브 검증’이 전부이다시피 했다. 공직자의 도덕성은 물론 중요하다. 따져야 할 것은 따져야 한다. 하지만 도덕성에 매몰돼 국정수행 능력이나 자질 같은 더 중요한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에 대해서는 당시의 잣대로도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인지, 공직에 공헌할 기회를 박탈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도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정략적 목적이나 단순히 흠집 내기를 위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삼가야 할 것이다.

청문회 방식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는 검증 역할을 맡은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적어도 국민의 대표와 고위 공직 후보자가 대결하는 청문회라면 내용과 격식이 남달라야 한다. 때론 시대를 선도하는 담론(談論)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후보자에 대한 질문은 가능한 한 짧아야 하는데도 의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불필요한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으면서 정작 상대방에겐 답변 기회조차 주지 않거나 답변 도중에 말을 자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공직 후보자들도 비굴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시인할 것은 솔직히 시인하되, 소신을 밝힐 때는 당당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의원들의 자질과 능력을 입증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고품질의 청문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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