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資사업인가, 血稅사업인가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코멘트
인천공항철도를 운영하는 공항철도㈜의 민간자본 지분 88.8%를 코레일(한국철도공사)로 넘기는 계약이 이달 중 체결될 예정이다. 지분인수 총액은 약 1조2058억 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항철도를 코레일이 인수해 운영하면 지금처럼 세금으로 계속 적자를 메워줄 때보다 재정 부담이 절반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적극 민자(民資)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당수 민자사업이 수요 예측에 실패해 밑 빠진 독처럼 계속 재정에서 지원받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99년 도입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에 따라 실제 수익이 예측치보다 적으면 정부가 민간회사에 운영 수입을 보전해주는 제도적 맹점 때문이다. 말이 민자사업이지 ‘혈세(血稅)사업’이 된 셈이다.

2007년 3월 개통된 인천공항철도(인천공항∼김포공항)는 하루 평균 이용객을 22만6000명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이용객은 1만6600명으로 예상치의 7.3%에 그쳤다. 적자 보전을 위한 정부 보조금은 2007년 1040억 원, 작년엔 1666억 원이나 됐다. 목포 신항(新港) 민자사업의 계획 대비 운영 실적도 지난해 13.8%에 불과해 정부 지원금은 2005년 25억 원에서 작년 103억 원으로 늘었다. 민자사업 적자를 메워주기 위한 전체 재정지원액은 2007년 2664억 원, 2008년 3512억 원으로 매년 불어나는 추세다.

역대 정부는 사업 초기에 예산 부담이 없는 데다 지역 민원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민자사업의 효율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승인했다. 기업도 이익이 나면 챙기고 손실이 나면 재정에서 지원받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민자사업을 마다할 리 없었다. 우선순위가 낮은 불요불급한 사업도 민자사업이란 미명(美名) 아래 적지 않게 끼어들었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예산으로 하더라도 이자 지출과 유지 및 보수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설명하지만 해마다 급증하는 재정지원 규모는 이런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정부는 2006년 민간제안 사업에 대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를 없앤 데 이어 이달 중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을 수정해 정부고시(告示) 사업에서도 이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SOC 사업 활성화를 위한 민자 유치는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익은 기업이 챙기고 손해는 국민이 떠안는 식의 왜곡된 사업 구조를 그냥 놓아둘 수 없는 단계에 다다랐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