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한광옥대표]"음해정치 탈피 정책대결로 가야"

  • 입력 2002년 1월 3일 18시 28분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철 최고의 페어플레이는 정책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최악의 ‘언페어플레이’로는 허위날조에 의한 음해를 꼽았다.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전날 인터뷰에서 정부 여당의 공명선거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 마음 쓰이는 듯 “야당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이회창 총재는 한국정치에서 페어플레이가 이뤄지지 못한 주된 원인은 집권세력에 있다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의 자유가 없습니까. 야당이 할 말을 못합니까. 관권 금권 선거는 옛날 일입니다.”

-야당은 권력기관이 올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대선까지 많은 변화 예상"

“그런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데, 대통령께서 이미 행정부의 공명선거 의지를 천명하신 만큼 권력기관들도 그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태는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페어플레이를 위해 야당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그동안 설과 의혹이 근거 없이 난무한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했지만, 야당은 그래도 미흡하다며 중립내각 구성과 부정부패 척결 등의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야당이 요구하는 중립내각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각은 대통령에게 맡기는 게 좋습니다. 또 부정부패 척결에 관해서는 우리 대통령만큼 의지가 강한 사람이 없습니다. 과거 정권 같으면 묻혀 지나갈 일도 다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현 정권이 이미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졌다는 지적도 많은데….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집권층의 상부구조가 비리에 연루됐다면 몰라도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물론 밑에서 저질러진 비리까지 막지 못한 것은 죄송한 일입니다. 하지만 집권세력의 핵심은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권력을 즐길 줄 아는 노하우도 없습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간부들이 잇따라 비리 혐의로 구속되거나 낙마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사건들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핵심은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있는 만큼 정권 전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정권재창출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십니까.

“가능성 이전에 당위성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국민의 정부 탄생은 국가의 새로운 모멘트, 즉 발전의 계기가 됐습니다. 구조개혁을 단행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체감경기 때문에 현 정부의 공적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직 1년 정도 남았고,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민주당이 정권재창출을 당면 목표로 하는 세력과 당의 정체성 유지를 중시하는 세력으로 양분돼 있는 듯한 인상입니다.

“정권재창출과 당의 정체성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 당은 민주화세력과 개혁세력, 그리고 양심적인 산업화세력이 모여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당입니다. 이런 정체성은 집의 기초와 같습니다. 그 기초 위에서 우리는 정권재창출이라는 집을 지으려 하는 것입니다.”

-한 대표에 대해서도 동교동계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있습니다만….

“동교동계니 아니니 하는 것은 관계없고, 굳이 말하자면 ‘김대중 선생 계보’입니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한 대표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국민정당이 돼 달라고 당부한 것 아닙니까. 그게 전부입니다.”

-민주당이 홀로서기를 넘어서 ‘탈(脫) DJ’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면 정권재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우리 당에는 김 대통령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이뤄놓은 정신적 흐름이 있습니다. 발전적 계승이라면 모를까 김 대통령을 부정하는 자세는 온당치 않습니다.”-동교동계 해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동교동계는 계보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적 역사적 산물일 뿐입니다.”

-최근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김 대통령은 신당 창당 같은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신당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

-최근 ‘앞으로 1년은 긴 시간이고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양당 구도가 될지, 3당 구도가 될지 미리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일반론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92년과 97년 두 번의 대선을 핵심적인 위치에서 치러봤습니다. 그런데 대선 때만 되면 꼭 신당이 하나 나왔습니다. 그리고 1년은 긴 시간입니다.97년 대선 때 자민련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것도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10월이었습니다. 앞으로 1년 간도 그처럼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는 이번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그런 얘기는 결례입니다. 과거에 보면 JP는 상황을 마지막까지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하시는 분입니다. 한나라당도 나름대로 다양성을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대표께서는 어떤 진로를 설정하고 계십니까.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은 많지만 공인은 말에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구당 작업에 온 정력을 쏟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내 진로를 결정할 것입니다. 정치는 위치도 중요하지만 역할도 중요합니다.”

-한 대표께서는 평소 개헌론자로 알려져 있는데….

“5년 단임의 대통령제는 어느 때인가는 바꿔야 합니다. 이것은 87년 6월 항쟁의 산물입니다. 장기독재를 막기 위한 과도기적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기집권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습니다. 또 언제까지 매년 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방치할 것입니까. 다만 개헌 시기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한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개헌 논의가 대선을 흐리게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후보자들이 ‘내가 당선되면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대선 과정을 통해 충분히 검증받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지를 받으면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못하는 것입니다.”

-올해도 소여거야(小與巨野)의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데….

“국회는 대화와 타협, 토론의 장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소수당이라서 하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옛날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정치로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방선거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현재의 시각으로만 보지 마십시오. 새로 탈바꿈한 민주당으로 선거에 임하면 국민이 우리 당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겁니다.”

한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광옥이 대표로 있던 시절, 민주당이 21세기에 걸맞은 정당의 틀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정리〓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