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가 고정희시인 타계 10주기 추모제 열려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49분


91년 마흔셋의 나이에 지리산에서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민중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 여류시인 고정희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8일 2박3일 일정으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심포지엄을 갖는 것으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생전 그가 몸 담았던 무크지 ‘또 하나의 문화’(또문)와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센터 (일명 ‘하자’센터)의 10대 소녀들이 마련했다.

행사 제목은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스트에게’. 고씨가 떠난 지 10주년을 맞아 여성운동 1세대격인 고씨와 ‘또문’ 동인들이 ‘하자’센터 70년대생 여성들과 하나 되는 장을 마련한다는 의미다. 심포지엄 1부에서는 고씨가 생전에 즐겨 불렀던 양희은씨 노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배경 음악으로 생전 모습이 슬라이드로 흐른 뒤 김은실 교수(이화여대 여성학과) 김현미 교수(연세대 사회학과) 정현경 교수(뉴욕 유니온 신학대학) 김영옥 연구원 (이화여대 여성학과)이 각각 지난 10년간 한국의 여성 운동을 대학 문화 문학 신학 등 4분야로 나눠 발표했다.

이들은 “80년대 민중의 시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참으로 섬뜩한 시를 썼던 시인이면서 무엇이든 가진 것은 주고 싶어 안달이었던, 따뜻했던 사람”으로 고씨를 추억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심포지엄 2부에서는 소설가 박완서, 최윤과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과) 이숙경씨(웹진 아줌마 대표) 등이 각 7분간 연사로 나서 고씨와의 인연과 나름대로 페미니즘을 풀어내는 ‘7분 토크’를 하기도 했다.

‘또문’은 오후 7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3동 ‘하자’센터에서 추모제를 별도로 열었으며 9∼10일에는 고씨의 생가(전남 해남)로 추모 여행을 떠날 예정. 또 고씨의 삶을 기려 ‘고정희상’을 제정, 11월 첫주에 시상식을 갖기로 했다. 이에 앞서 7일에는 고씨의 삶의 궤적과 작품 등을 모아 올린 인터넷 사이트(www.gohjunghee.net)가 선보였다.

그는 1948년에 출생, 한국신학대를 졸업하고 75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뒤 ‘초혼제’(83년) 등 여러 작품집을 남겼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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