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 만들기' 외길 40년, 경기 여주군 전수원씨

  • 입력 2000년 9월 4일 18시 55분


경기 여주군 전수원씨
경기 여주군 전수원씨
“구수한 냄새가 나고 굴뚝에서 파란 연기가 올라오면 다 된 거야. 공기 구멍을 막고 열흘 정도 식히면 참숯이 되지.”

그 많던 숯가마가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지금도 고집스럽게 숯가마를 지키고 있는 전수원씨(70·경기 여주군 산북면 하품1리). 40년간 숯을 구워온 그는 지난해 경기도가 각 분야의 장인을 선정한 ‘경기 으뜸이’에 꼽힐 정도로 숯에 관한 한 경기도내 최고의 전문가.

그는 그러나 요즘 들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허전함만 느낀다. 시간이 갈수록 힘이 부치는 데다 뒤를 이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시작했던 일이지만 ‘인생의 전부’가 돼버린 일을 중단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배울 사람이 나서면 가르쳐 주고 싶지만 요즘 세상에 숯 굽는 일 하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어야지.”

60년 이 곳에 자리잡은 그는 여주, 광주, 양평 일대 산이란 산은 모조리 누볐다. 당시는 산에다 숯가마를 만들고 숯을 구어 내다 팔던 때. 인부를 150명씩이나 거느릴 정도로 한창 경기가 좋던 70, 80년대는 돈도 꽤 만졌지만 죽을 고비도 몇 차례 넘겼다. 주문 일정을 맞추려고 채 식지도 않은 숯을 꺼내다 옷에 불이 붙고 머리카락이 그을리고, 가스에 질식해 실신하기를 밥먹듯이 했지만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고 회상한다.

전씨는 요즘도 집 앞마당에 있는 ‘20년 지기’ 숯가마에서 보름에 한 번씩 참숯을 생산해낸다. 참나무 16t을 빼곡히 채우고 불을 때면 2t의 숯이 나오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 5년 전부터는 숯이 타면서 나오는 연기를 냉각시켜 받아낸 목초액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이 목초액은 이미 학계에서도 항암효과와 병충해예방 등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에 대략 600ℓ의 목초액이 나오는데 대부분 과수원이나 논농사 등에 이용되고 일부는 일반인들이 사다가 무좀이나 위장병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숯이 지닌 가치가 새롭게 밝혀지면서 일상생활에 안 쓰이는 곳이 없지만 정작 숯 만드는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식들의 성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그가 요즘은 힘이 달리자 바깥마당에 쌓아놓은 참나무를 다 숯으로 만드는 내년 3월경에는 숯 굽기를 그만둘 것을 생각 중이다.

<여주〓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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