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등용문 東亞신춘문예]기라성 같은 男女작가 배출

  • 입력 2000년 3월 31일 21시 17분


동아일보가 한국문화계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한국 문단의 미래를 짊어질 신인들을 끊임없이 배출, 양성해냈다는 것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1925년 처음 시작한 뒤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는 ‘신춘문예’가 그 등용문.

신춘문예의 살아있는 전설은 1936년 ‘벽’으로 시부문에서 당선한 미당 서정주. 같은 해 소설가 김동리도 소설부문에서 당선했다. 그밖에 동화작가 윤석중 시조시인 이호우, 시인 함형수 등이 일제 시대 배출된 스타들.

강제폐간 조치와 더불어 중단됐던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55년 재개된 후 △시인 정진규 이가림 이성부 정희성 하재봉 남진우 안도현 기형도 박라연 이정록 △소설가 천승세 홍성원 조성기 한수산 송기원 현기영 이균영 이문열 이순 송우혜 전경린 은희경 △평론가 오생근 김흥규 최원식 조남현 김혜순 정과리 장석주 정끝별 (등단연도 순) 등 기라성 같은 작가군을 탄생시켰다. 이밖에도 극작가 이강백과 최근에는 시인 소설가로 더 이름을 얻고 있는 장정일이 희곡부문으로 등단했으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과 ‘화첩기행’의 한국화가 김병종은 미술평론부문, ‘용의 눈물’의 작가 이환경은 시나리오부문으로 등단했다. 자매지인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도 박완서 남지심 이남희 등의 여성작가들을 배출했다.

동아일보의 선택은 언제나 문학적 패러다임 변화를 한발짝 정도씩 앞서는 것이었다. 80년대의 벽두에 이후 90년대말까지 세기말의 허무를 앓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변하게 될 시인 기형도(작고)를 발탁한 것이나 자칫하면 영원히 문학청년으로 초야에 묻힐 뻔했던 늦깎이 이문열을 중편소설 1회 당선자로 골라낸 일, 여성작가 돌풍이 몰아치기 직전인 95년 중편소설 부문에 은희경과 전경린을 공동당선 시킨 사례 등이 그것이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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