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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루한 반복에서 벗어나기[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지루한 반복에서 벗어나기[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코로나19 팬데믹이 도래한 이후로 영어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눈에 띄게 많이 본 말 중 하나가 “Groundhog Day(그라운드호그 데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랑의 블랙홀’(1993년)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빌 머리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영어 원제다. 이 말은 원…

    •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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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계 넘는 말러의 ‘대지의 노래’[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경계 넘는 말러의 ‘대지의 노래’[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1907년은 말러에게 위기의 시간이었다. 장녀 마리아를 잃었고, 10여 년간 재직하던 빈 오페라 예술감독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심각한 심부전증으로 언제 심장마비가 올지 모른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었다. 의사의 권유로 시골에 여름 요양을 떠난 말러는 그때 중국 이백(李白·701∼762)의…

    •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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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에 관계되는 일[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모두에 관계되는 일[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현존하는 가장 천재적인 물리학자이지만 스스로를 15년 동안 정신병원에 가둔 남자가 있다. 바로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희곡 ‘물리학자들’에 등장하는 뫼비우스다. 그가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이들을 버리면서까지 미친 척하는 까닭은 자신이 발견한 물리학 지식이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파괴력…

    •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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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졌던 음악과 낭만의 위로[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잊혀졌던 음악과 낭만의 위로[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쿠바 아바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오래된 분홍, 노랑, 하늘색 등 빛바랜 파스텔 톤 건물들이 줄지은 거리에 1950년대식 미국 세단형 자동차들이 달리고, 말레콘 방파제에 파도가 철썩이는 전경이다. 거기에 사운드트랙을 깔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음악이 어쩔 수 없이 떠…

    •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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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 죽음과 순간의 진심[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예술의 죽음과 순간의 진심[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사진)는 바그너를 잇는 독일 악극의 대가다. 그의 아버지는 뮌헨 궁정 관현악단의 호른 주자였고, 어머니는 뮌헨의 맥주 재벌 프쇼어가의 딸이었다. 삼촌의 맥주홀에서 처음으로 자작곡을 연주한 그는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보였다. 집안의 후원과 자신의 노력으로 이미 젊은 시…

    •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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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마다 싸워서 얻는 것[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날마다 싸워서 얻는 것[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문학사에서 가장 욕심이 깊은 작중 인물을 꼽으라면 파우스트가 아닐까. “하늘로부터는 가장 아름다운 별을 원하고,/지상에서는 최상의 쾌락을 모조리 맛보겠다는” 사람. 괴테가 평생에 걸쳐 집필한 ‘파우스트’는 철학, 법학, 의학, 신학까지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가 자신이 아무것도 아는 것이…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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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칙과 유머를 하나로 엮는 여유[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원칙과 유머를 하나로 엮는 여유[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괴테는 “고전적인 것은 건강하지만, 낭만적인 것은 병적”이라고 말했다. 질서와 조화, 완성의 세계관에 비해 역동과 극단, 혁파의 세계관이 지닐 수 있는 위험성을 표현한 것이었다. 프랑스 혁명의 대혼란과 단두대가 숱한 사람들을 먹어 치우던 이 시기가 그에게 회의감을 준 것이었다. 교향곡…

    •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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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은 왜 언제나 할 일이 많은가[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시인은 왜 언제나 할 일이 많은가[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폴란드의 여성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의 시가 근래 회자되었던 계기 중 하나는 영화 ‘벌새’(2019년)였던 것 같다. 중학생 은희는 자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지만 갑자기 사라진 한문 학원의 영지 선생님으로부터 뒤늦은 편지를 받는다. “학원을 그만둬서 미안해.…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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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을 넘긴 ‘떠돌이’ 친구[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100년을 넘긴 ‘떠돌이’ 친구[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만들어진 지 한 세기가 지나도록 배꼽 잡는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주는 영화가 있다. 흑백 무성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히는데, 음악과 효과음, 그리고 액션 때문에 보고 있으면 ‘무성’이라는 것도 잊게 하는 영화다. 바로 찰리 채플린의 ‘키드’(1921년)다. 채플린이 자주 그랬…

    •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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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든 시대 버티게 한 낙천성[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힘든 시대 버티게 한 낙천성[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계몽시대 이후 빈은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고전주의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곳도, 슈베르트, 브루크너, 브람스의 낭만주의를 거쳐 세기말 말러, 볼프 등에 이어 마침내 쇤베르크와 신(新)빈악파가 무조주의의 시대를 연 곳도 모두 빈이었다. 숱한 음악…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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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새[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새[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우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소리 내지 않기. (…) 소리 내지 않는 것이 우리를 지키는 한 방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정희(1947∼)가 가장 아름다운 한국어 문장을 쓰는 소설가 중 한 명이라는 데 이견을 낼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유년을 그린…

    •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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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원의 향수와 사랑의 편지[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설원의 향수와 사랑의 편지[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연이은 폭염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의 건강과 안녕이 걱정되는 차에 자꾸 떠오르는 영화 속 장면이 있다. 여자 주인공이 눈 쌓인 벌판을 헤치듯 걸어 나가 먼 산을 향해 “오겐키데스카? 와타시와 겐키데스(잘 지내나요? 난 잘 지냅니다)”라고 외치는 모습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

    •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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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서 속 자유 ‘프라하’ 교향곡[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질서 속 자유 ‘프라하’ 교향곡[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위대한 예술가는 조화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이를 뛰어넘는다. 고전주의 시대 위대한 예술가들도 형식을 따르는 것과 함께 자유를 추구했다. 인간은 모두 이성을 지녔고 이에 따라 자신의 삶을 개척할 자유가 있다는 게 계몽주의의 가르침이었다. 여기서 예술의 형식이란 이성을 표현하는 도구였다. …

    • 202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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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욕당한 인간의 구원[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모욕당한 인간의 구원[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더럽고 끈적한 심리를 구석구석 파고드는 소설가로 여겨진다. 그러나 내게는 무엇보다 아름답고 섬세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소설가로 각인되어 있다. ‘백치’(김근식 옮김·열린책들·2009년)를 읽은 이후부터다. 작가가 “이 소설의 주요한 의도는 아름다운 사람을 긍정적…

    •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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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가 여자로 살아야 할 때[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남자가 여자로 살아야 할 때[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1929년 미국 금주법 시대 시카고에서 빈털터리 색소폰 연주자 조(토니 커티스)와 베이스 연주자 제리(잭 레먼)는 우연히 밀주업자 갱단의 살해 장면을 목격한다. 숨어서 보다가 들통 난 두 사람은 도망치던 중 여성 순회악단에 들어가게 된다. 여장을 하고서 말이다. 두 사람은 악단의 매력…

    •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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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고, 외로움이 빚은 정열[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탱고, 외로움이 빚은 정열[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탱고 하면 정열을 떠올리는 이가 많지만, 외로움을 모르고서는 탱고를 알 길이 없다. 긴 외로움의 시간을 모아 짧은 정열의 순간으로 바꿔낸 것이 탱고다. 외로움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모르는 타인이라도 좋으니 사람의 온기를 잠시나마 가까이…

    •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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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해되는 아름다움, 여성의 언어[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와해되는 아름다움, 여성의 언어[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읽기 위해 특별한 시공간을 요구하는 소설이 있다. 고요하든 시끄럽든 그 소설에 가장 알맞은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비로소 그 소설과 만나는 통로에 이른다. 어떤 소설은 주어진 언어를 선물하지만, 어떤 소설은 내 안의 언어를 발굴하게 하기 때문일까. 브라질 여성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1…

    • 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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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어서 사랑한다는 것[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숨어서 사랑한다는 것[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20년 넘게 수많은 시사회를 다녔지만 유독 잊을 수 없는 경우가 딱 한 번 있었다. 시사회에서는 보통 영화 본편이 끝나고 엔딩크레디트가 뜨기 무섭게 상영관을 바삐 퇴장하는 사람들, 개념 없이 좌석 앞에 서서 남의 시야를 가리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2006년 국내 개봉한 …

    • 202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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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를 읽어내는 지혜[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변화를 읽어내는 지혜[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30대 중반의 혈기 왕성한 젊은이였던 바흐는 바이마르에서 궁정악장 자리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바이마르 공이 벌써 여러 번 바흐의 이직을 막아가며 바이마르에 붙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리는 전임자의 아들 차지가 되고 말았다. 바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바흐는 …

    •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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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폭력의 씨앗[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사랑과 폭력의 씨앗[클래식의 품격/인아영의 책갈피]

    “SF가 흑인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한때는 ‘유일한’ 흑인 여성 SF 작가였던 옥타비아 버틀러(1947∼2006)가 대중 강연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독보적인 대가로 기억되지만, 당시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이었던 미국 SF계에서 버틀러는 자신의 작업과 …

    •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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