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대화에 다시 나설까…협상전략 구상 완료한 듯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0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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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스1 © News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스1 © News1
북한이 약 두 달 열흘만에 비핵화 협상에 다시 나선 것은 내부적으로 대화의 전략 구상이 완료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10일 제기됐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협상 전략을 바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발언했는데, 그간 ‘제재 완화’에 주력한 협상의 전략을 바꿀 것임이 예고된 셈이다.

북한은 이후 ‘체제 보장’에 방점을 둔 행보를 보였다. 6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이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데 모든 도움을 주겠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중국의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개입이 천명됨과 동시에 북한의 전략 변화도 재확인되는 순간이었다.

7월과 8월에는 북한의 군사 도발이 이어졌다. 북한은 신형 무기를 대거 시험 발사했는데, 한미 합동 군사연습과 우리 군의 신무기 도입에 대한 반발 차원임을 연일 언급하며 ‘자위권’을 강조했다.

북한은 동시에 미국에도 ‘새 계산법’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새 계산법 역시 제재 완화 문제가 아닌 다른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의 수사였는데, 북한은 이 같은 요구 사항을 공개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괜찮다”라는 입장을 내면서 북한의 잠재력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에 대한 문제는 논의할 의사가 아직 없으며 여전히 경제적 보상(제재 완화)이 미국의 입장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랬던 미국 측의 입장이 최근 며칠 사이 군사와 안보 문제 쪽으로 기우는 듯한 동향이 보였다.

미국의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7일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역내 핵 확산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 프로그램 활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 직후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갖는다”라며 북한이 주장해 온 ‘자위권’에 부합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약 사흘만에 북한의 대화 재개 입장이 비핵화 협상의 핵심 실무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발표됐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라거나, “나는 그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라며 새 계산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정황 상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체제 보장 문제를 논의할 나름의 ‘청사진’을 완료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 측에서 핵심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안보와 군사 관련 언급이 나오자 이를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북한이 체제 보장으로 안건을 선회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할 경우 제재 완화 문제는 다시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재 완화와 관련한 북미 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실질적인 제재 완화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엔을 설득하고 다시 제재 완화를 위한 실무적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의 독자 제재보다는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를 선결 과제로 꼽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약속한 뒤 내년 선거에서 낙선한다면 자칫 아무 소득도 없는 비핵화 조치만 취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재선까지는 체제 보장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문서화된 합의를 통해 받아낸 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다시 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하는 수순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청사진을 그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이 같은 안건 변경 시도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부 경제적 보상의 반복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길게 유지하는 방식의 협상을 선호할 수 있다.

체제 보장 약속을 섣부르게 할 경우 자칫 북한의 자위적 행동에 대한 ‘보증’을 서주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이후 경제적 보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이 ‘국가 대 국가’ 차원으로 ‘동등함’을 강조하는 요구를 통해 미국을 압박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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