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이스라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이란 정보기관 해킹’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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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 간츠 후보자 스마트폰 지난해 12월 해킹
“네타냐후 총리 진영의 모함에 불과”

총선을 약 20일 앞두고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에서 ‘이란발 해킹 사건’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연임을 위협하고 있는 강력한 후보 베니 간츠 전 군 참모총장(60)의 스마트폰이 지난해 이란 정보기관에 의해 해킹당한 사실이 밝혀진 것.

20일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간츠 전 참모총장의 스마트폰은 지난해 12월 이란 정보기관에 의해 해킹 당했다. 그가 ‘이스라엘회복당(Israel Resilience Party·IRP)’을 창당하고 총리직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Shin Bet·국내안전부)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간츠 전 참모총장에게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츠 전 참모총장도 해킹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일부 특정 여성과의 관계,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자료 등이 해킹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킹당한 것은 사실이나 어떤 민감한 정보도 저장돼있지 않았다. 정치적인 가십거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네타냐후 총리 진영의 모함이라는 주장이다.

20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은 오랜 시간 거짓을 퍼트리는데 익숙하다. 그들은 세계의 어떤 사건도 이란과 연관시키기 위해 다양한 선전도구를 사용한다”며 해킹 사실을 부인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 측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일부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뒤지던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양상을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5선에 도전하는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의 스트롱맨’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달 이스라엘 검찰이 2년여 간의 수사 끝에 “부패혐의로 네타냐후 총리를 기소하겠다”고 밝힌 탓에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난 탓이다. 최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현 정권에 실망하고 변화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2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우호를 과시했다. 사실상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를 위한 간접적인 선거운동을 벌인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스라엘의 파괴를 노리는 이란의 위협이 이스라엘 국민에게는 일상이 됐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총선을 불과 열흘 앞둔 시기인 25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카이로=서동일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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