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동정 없이 나로 봐주길”… 화상 경험자들의 진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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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송효정 외 지음/328쪽·1만6000원·온다프레스

전신 화상 경험자를 취재원으로 만난 적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 혹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됐고, 시선을 피하면 그 또한 무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취재원에게 “괜찮으니 편하게 말씀하시라”는 말까지 하게 만든 무지가 송구스러웠다.

‘나를 보라…’는 화상 경험자 7인의 경험과 사연을 정리한 책이다. 그들은 자신이 견뎌내야 했던 끔찍한 치료 과정과 화상을 안고 사는 인생의 무게를 풀어놓는다. 송영훈 씨는 일터에서 감전 사고로 팔을 잃었다.

화마(火魔)는 가족까지 집어삼킨다. 전신 화상을 입은 딸을 둔 송순희 씨는 아직도 매년 딸이 사고를 당한 날이면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많게는 수백 차례까지 거쳐야 하는 수술에 드는 비용도 가족에겐 크나큰 고통이다.

두껍지도 않고, 글자도 큰데 유독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이 있다. ‘나를 보라…’도 그렇다. 화상 경험자들이 겪은 고통이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로 깊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건 연민과 동정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는 ‘남들보다 몸에 상처가 좀 더 많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을 봐 달라”고 말한다.

화상 경험자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모임 ‘위드어스’를 만든 최려나 씨는 “우리도 적극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위드어스#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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