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가을 DNA”… 박정권 역전 투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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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해 보내다 가을에 펄펄

이쯤 되면 ‘박정권의 가을 DNA’는 과학이다. 프로야구 ‘공식 추남(秋男)’ SK 박정권(37)의 한 방이 계속해서 기선 제압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팀의 첫 승과 직결되고 있다.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말 상대 마무리 김상수에게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뽑아내며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홈런(7홈런)의 주인이 됐던 박정권이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또 한 번 폭발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것임은 당연했다.

주인공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는 법도 잊지 않았다. 5회말 두산에 2-3 역전을 허용한 직후인 6회초, 앞선 두 타석에서 힘없이 뜬공으로 물러섰던 박정권은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의 한복판에 꽂힌 실투를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로 연결했다. 그의 홈런으로 곧바로 4-3 리드를 되찾은 SK는 7회초에는 박정권의 염력(?)만으로도 1점을 더 달아났다. 그의 타석에서 두산 장원준이 초구 볼 이후 폭투를 범하며 박정권은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않고도 3루 주자 박승욱을 홈으로 불렀다.

박정권의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더더욱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현상’이다. 박정권은 올 시즌 자신의 커리어에서 ‘최저’ 기록이란 기록은 다 썼다. 데뷔 시즌이던 2004년(24경기, 타율 0.179)보다 적은 경기(14경기)에 나서 더 낮은 타율(0.172)을 찍었다. 올 시즌 1군 엔트리 등록일수는 25일에 불과했다. 스스로도 플레이오프 엔트리 합류는 ‘언감생심’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10월이 되자 다시 박정권을 1군 무대에 불러들였고 결국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그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감독의 믿음에 ‘10월 사나이’다운 활약으로 응답한 박정권은 이제 ‘11월의 사나이’까지 접수할 태세다.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끝내기 홈런 이후 안타를 추가하지 못하다 이날 부활포를 쏘아올린 박정권은 “하나 치고 이대로 끝나나 했다. 조금 내려놓으니 편해지더라. 한국시리즈부터는 다 리셋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활약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sk#박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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