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조약 비준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안전보장에 관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평양선언은 행정부 내에서 예산 운영을 통해 충분히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법제처 유권해석을 근거로 비준을 강행했다. 그러나 평양선언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요구하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담보로 한 후속 합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군사합의서 역시 실행을 위해선 재정 부담이 필요하며, 안보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엔사령부마저 우려를 제기할 정도로 중대한 안보 관련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여야 간에 입장 차가 팽팽한 상황에서 판문점선언의 후속 합의 성격인 평양선언 비준을 서두른 정부의 조급증이다. 남북관계 진전을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현재 한반도 상황은 남북관계가 비핵화 진전과 독립해서 진전될 수 없는 구조다. 22일 열린 남북 산림분과 회담에서 북측 대표가 남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듯이 앞으로 대북 지원과 국제 제재 간의 상충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