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미다스 손’ 정강환 교수 “축제로 쇠퇴하는 도시를 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7일 15시 27분


코멘트
구름인파를 모은 제3회 대전 서구힐링아트페스티벌(5월 25~27일)은 ‘슬리퍼축제’로도 불린다. 축제가 열리는 서구 보라매공원과 샘머리공원은 아파트 단지에 둘려 쌓여 있는 도심 속 ‘허파’다. 축제 기간이면 100여 명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갖고 나와 문턱을 낮춘 채 대중을 만난다. 또 아트를 주제로 한 120여개 프리마켓도 열려 도심 공원은 아트로 물든다. 주민들은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축제장에 나와 예술품을 만난다.

‘도대체 이런 축제를 누가 만들었을까.’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트마켓 운영자, 심지어 축제장에서 음식을 파는 식당주인들도 한결같이 이렇게 묻는다.

“대전 서구는 30년 이상 노후화 된 아파트, 줄어드는 상권 매출액, 그리고 인구 감소…. 이를 재생시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아트페스티벌입니다.”

축제가 시작된 25일부터 27일 폐막 때까지 축제장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띈 인물 중 한 명이 배재대 관광이벤트경영학과 정강환 교수(사진)다. 바로 이 축제의 개발자다. 그는 이 축제 컨설팅단의 단장까지 맡고 있다.

정 교수는 정부가 글로벌축제로 선정한 보령머드축제 개발은 물론 최근 전국적으로 핫이슈로 등장한 ‘문화재 야행(夜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수많은 축제를 개발하거나 성장시킨 ‘축제의 미다스 손’으로 불린다.

그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서구힐링아트페스티벌의 의미와 발전방향에 대해 “쇠퇴하는 서구를 살릴 수 있는 도시재생을 목적으로 한 축제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축제를 착안하게 된 배경은.

“5년 전부터 미국 텍사스의 포스워스 메인스트리트 아트페스티벌을 눈 여겨 봤다. 이 축제는 ‘축제 올림픽’이라 열리는 세계축제이벤트협회(IFEA) 시상식에서 최우수경영대상을 받았다. 예술축제로서 도시를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받은 것이다. 아트를 주제로 한 축제를 25년 이상 진행하면서 범죄율이 낮아지고, 도시 디자인이 좋아졌다. 아트를 통해 도심을 살린 검증된 축제다.”

―왜 대전 서구인가.

“서구는 최근 5년간 인구수가 1만 명이상 감소했고, 상권 매출액이 34%나 줄었다. 노후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도심의 전형적인 쇠퇴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서구만의 특화된 소재가 있다. 전국 대비 문화행사가 서울 다음으로 대전이 가장 많고 대전에선 서구가 많다. 화이트칼라 계층이 많아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젊은 층도 많다. 여기에 더해 대전예술의 전당, 시립미술관, 이응로미술관 등이 서구에 밀집해 있다. 예술행사가 바로 서구를 살릴 수 있다.”


―힐링아트페스티벌의 개념은 뭔가.

“말 그대로 도심 속 공원에서 예술품을 즐기며 힐링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구에서 예술가가 많이 산다. 그동안에는 일반인들이 이들의 작품에 접근하기에는 문턱이 높았다. 문턱을 대폭 낮춰 예술과 대중과의 호흡이 이뤄져야 한다. 문화로부터의 소외계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축제 개발 때 예술가협회 등 관계자에게 문턱을 대폭 낮추라는 각서까지 받았고, 예술인들은 이를 실천해줬다.”(실제 축제가 시작된 2016년부터 작가들은 축제를 위해 소품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트’라는 명확한 ‘킬러콘텐츠’를 살려 타 시도가 추종하지 못하는 축제로 성장시키려면 비중을 공연보다 아트부문에 쏟아야 한다. 예술가, 그리고 그들의 전시공간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그게 서구힐링아트페스티벌이 갖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샘머리, 보라매공원 주변에는 관공서가 많다. 서울 정동야행처럼 축제 기간에는 야간에도 부분적으로 개방해 자신들의 업무와 기능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고, 유성을 비롯한 주변 숙박업소와 식당 등도 쿠폰 북을 만들어 도심 전체가 활력을 찾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미래발전 방향은.

“대전은 물론 국내 대표적인 도심 속 아트축제로 성장할 조짐과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는 세계적인 아트페스티벌, 그리고 이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전문가들과의 교류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축제를 준비한 서구청(청장 권한대행 강철식)은 “지난해 축제 때 35만 명이 찾아 120억 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며 “올해에는 더 많은 시민과 외지인들의 찾아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