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관측, 중성자별 충돌 규명’ 올해 최대 성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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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선정 ‘올해 과학계 10대 쾌거’

약 1억3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외부은하 ‘NGC 4993’에서 중성자별 2개가 충돌 병합하면서 중력파가 발생한 것을 나타낸 상상도. 사이언스는 NGC
4993에 대한 연구를 올해를 빛낸 과학계 10대 사건 중 1위로 선정했다. 사이언스 제공
약 1억30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외부은하 ‘NGC 4993’에서 중성자별 2개가 충돌 병합하면서 중력파가 발생한 것을 나타낸 상상도. 사이언스는 NGC 4993에 대한 연구를 올해를 빛낸 과학계 10대 사건 중 1위로 선정했다. 사이언스 제공
“지구에서 약 1억3000만 광년 떨어진 지점에 있던 중성자별 2개가 나선형을 그리며 서로 가까워지다 충돌을 일으킨 후 하나로 병합됐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017년을 빛낸 과학계 10대 사건’ 1위로 세계 과학자 3674명이 지상의 모든 관측 수단을 총동원해 중성자별 충돌 현상을 최초로 관측한 연구 성과를 꼽았다. 두 별의 질량은 각각 태양의 1.36∼1.60배, 1.17∼1.36배로 추정된다.

8월 17일 레이저중력파간섭계연구소인 미국의 라이고(LIGO)와 유럽의 비르고(VIRGO)는 새로운 중력파를 포착하고 이를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알렸다. 이들은 수십 초에서 몇 시간, 며칠, 길게는 2주 뒤 이 천체 현상에서 발생한 신호를 포착했다. 중성자별이 충돌 후 블랙홀이 되면서 중력파는 물론이고 엄청난 양의 라디오파, X선, 감마선, 가시광선 등을 내뿜은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이론으론 ‘킬로노바’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관측을 통해 처음 입증됐다.

‘시공간의 잔물결’로 불리는 중력파는 별의 폭발, 블랙홀 생성 등 우주에서 질량이 있는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으로 시공간을 휘게 한다. 중력파로 조기에 포착한 천체를 다양한 천체 관측법을 이용해 다각도로 분석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이언스는 “다중 신호를 통해 천체 현상의 면면을 밝혀낸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10월부터 ‘네이처’ ‘사이언스’ ‘피지컬 리뷰 레터스’ 등 논문 10여 편에 걸쳐 발표됐다.

2위는 새 사람과(호미니데) 영장류인 ‘퐁고 타파눌리엔시스(Pongo tapanuliensis)’ 발견이 차지했다. 사람과 영장류가 살아있는 채로 발견된 것은 90년 만이다. 사람과 영장류에는 보노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사람이 속한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견된 퐁고 타파눌리엔시스는 새로운 오랑우탄 종이다. 이름의 ‘타파눌리’는 이들이 서식하는 바탕토루 숲의 구역 이름을 땄다.

3위는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한 잇단 연구 성과가 꼽혔다. cryo-EM은 수용액에 담긴 생화학 분자를 영하 200도 이하 극저온 상태로 급격하게 냉각시켜 정밀 관찰하는 방식의 전자현미경이다. 세포 내에서 움직이는 단백질, 바이러스 등 생체 분자의 ‘스냅샷’을 통해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오면서 cryo-EM 개발을 이끈 과학자 3명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4위는 생물학자들의 타 분야를 압도하는 활발한 논문 초고 공유가 꼽혔다. 5위는 유전자를 구성하는 수많은 염기서열에서 염기 하나만 바꿀 수 있는 ‘염기교정 유전자 가위’가 꼽혔다. 유전자는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중 3개의 조합으로 구성되는데, 유전 질환 6만여 종 중 3만5000종은 염기 하나가 잘못돼 발생한다. 데이비드 리우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은 지난해 C 염기를 G로 교정하는 기술을 처음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G 염기를 C로 교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펭장 브로드연구소 교수팀은 G 염기를 A로 교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이언스는 △270만 년 전 지구의 대기를 머금고 얼어붙은 남극 해빙 발견 △기존보다 10만 년 이른, 가장 오래된 3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 유골 발견 같은 고고학적 성과 △성공적인 유전자 치료 임상 연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면역치료제 ‘키트루다’ △중성미자의 일종인 뉴트리노 검출기 개발도 올해의 과학계 주요 사건으로 선정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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