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득·고학력 여성일수록 결혼 안 한다…남성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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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이들은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을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고소득, 고학력일수록 미혼으로 남을 확률이 높았다. 남성은 저학력, 고소득일수록 미혼일 가능성이 컸다.

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0~2002년 당시 만24~28세였던 미혼 남녀 734명을 2015년까지 추적해 결혼 결정 과정에서 소득, 직업적 안정성 등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이다. 22일 보사연이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회비용’으로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결혼을 경제학적 관점인 ‘효용극대화’와 연결시켰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사는 과정을 ‘한계효용의 극대화’로 이론화해, 국내 젊은이들의 결혼이 늦어지는 이유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다.

미혼남녀 734명에 대한 추적 및 분석 결과 소득은 결혼 확률에서 음(-)의 변수였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조사대상자들에게 결혼은 기회비용으로 인식됐으며, 결혼시장에서 이들이 ‘선택적 결혼’(Assortative mating)을 하지 못할 경우 결혼은 비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됐다.

‘선택적 결혼’(Assortative mating)이란 ‘얼마나 돈을 잘 버느냐’는 재무적 능력과 ‘결혼해 서로를 만족시키는’ 감정적 능력이 비슷한 남녀가 결혼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미혼 남녀의 경우 자신의 수준과 유사하거나 그 이상을 선택해 효용을 높이려는 경향이 높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배우자를 찾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결혼이 늦어진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특히 과거 남성이 주로 ‘선택적 결혼’을 해왔다면 갈수록 고학력, 고임금 여성이 늘면서 여성 역시 ‘선택적 결혼’에 몰두하고 있고 이는 출산율 저하와 연결됐다. 실제 보고서에서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결혼을 하지 않은 집단의 경제적 사회적 배경을 분석해보니 추적 대상자 734명 중 기혼자는 560명, 미혼자는 174명(2015년 기준)이었다. 미혼자 교육수준은 여성이 9점 만점에 6.29, 남성은 5.72점이었다. 여성 집단에서는 미혼자의 학력이 기혼자보다 높았고, 남성 집단에서는 기혼자가 더 높았다.

여성 집단에서는 고학력이, 남성 집단에서는 저학력이 미혼으로 남을 확률이 높았다는 의미다. 소득의 경우 남녀 모두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많았다. 한편 직업적 안정성이 결혼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연령계층은 26세 이하였다. 이 계층에서는 자신의 직업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면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향후 배우자를 찾는 기간을 줄이고 결혼시장에서 이탈하는 계층의 비중을 줄이는 차원의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연구를 담당한 원종욱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젊은이들이 경제적 관점에서 결혼을 보다보니 결혼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 즉 인적 자본에 투자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펙 쌓기가 일어나고 배우자를 찾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초혼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저출산 정책에 이런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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