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때 해경 수사 번번이 제동… 檢 “우병우 압력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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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특검, 우병우 직권남용 혐의 수사 검토


 세월호 참사의 구조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해양경찰청 수사 당시 ‘강북’으로 통칭되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영향력을 행사해 검사들이 속으로 끙끙 앓았던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당시 대통령민정비서관이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법무부와 검찰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 “업무상 과실치사, 강북이 불편해한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반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123정장을 수사한 광주지검은 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세월호가 45∼50도 기울었던 만큼 김 정장이 조치만 잘했어도 상당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판단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겠다고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123정 방송 설비는 100m 밖에서도 소리가 들릴 만큼 성능이 좋았지만, 김 정장은 탈출하라는 방송을 하지 않았다. 또 123정 승조원들에게 세월호 갑판에 승선해 승객 퇴선을 유도하라는 지시도 없었다.

 그런데 이를 놓고 검찰(광주지검과 대검)과 법무부 형사기획과가 2개월이 넘도록 줄다리기를 했다. 법무부가 ‘반려’한 형식적 명분은 대형 인명 사고에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한 해외 사례를 확인해 관련 법리를 보완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법무부와 강북을 거치면서 보고서가 자꾸 반려된다”는 말이 돌았다. 당시 청와대와 법무부 입장에서는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하면 결국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비율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검찰에서 뒷말이 많이 나왔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수사를 지휘한 형사부가 아닌 기획조정부장 휘하 연구관까지 투입해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여부를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형사 사건 가운데 이 사건을 놓고 기조부 의견까지 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기조부는 법무부의 의견에 맞는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의견을 냈다.

 당시 광주지검장으로서 수사를 이끌었던 변찬우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는 대검에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되지 않으면) 옷을 벗겠다는 뜻을 법무부에 전달하라”고 강경하게 맞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관철했다. 결국 김 정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과정을 두고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가 무력화된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이 배경에 우 전 수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것이 팩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수사 관여 논란

 우 전 수석은 2014년 6월 5일 오후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수사팀 간부에게 전화해 “뭐 그런 것(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까지 압수를 하느냐”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산 서버에는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 내용 등 민감한 내용이 보관돼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 혐의는 위험범 법리가 적용되는 만큼 압력을 행사한 당시의 시점에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예정대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김 정장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된 만큼 단순 논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수사와 작동 원리를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우 전 수석이 검찰과 법무부에 남긴 생채기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나리 기자
#우병우#특검#세월호#해경#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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