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를 정물 은유로… ‘이인숙 작가 초대전’ 전시 중

  • 에듀동아
  • 입력 2016년 12월 6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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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작가가 2017년 1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정물화 초대전을 연다. 이인숙 작가는 그릇이나 화병 등 다양한 소재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한 정물화를 그리는 작가.


‘정물’이란 움직이지 않는 무생물로 이를 그림으로 그리는 정물화는 불어로 ‘죽은 자연(nature morte)’으로 쓰인다. 16~17세기 이후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 서구 화단에서는 과일, 화초, 건조된 생선, 박제된 새와 짐승들을 그렸다.


반면 이인숙 작가의 정물화는 그릇이나 화병과 같은 기물(器物)에 집중되어 있는데, 정물에도 생명과 희망을 불어 넣는 그림을 그린다. 이인숙 작가의 그림은 자라고 있는 선인장, 꽃을 담고 있는 화분, 화병을 소재로 삼고 있으며, 화초나 나뭇가지가 없는 도자기를 그릴 때는 특유의 형태와 색으로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현실의 불안한 마음을 극복하고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정물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그리려는 이인숙 작가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 미술평론가 김성호 씨는 “정물에 움직임을 부여하려는 이인숙 작가의 시도는 다른 정물화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꽃가지를 담은 유리 화병이 기울어진 채 위태롭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물화, 탁자 모서리에 유리컵들이 마술처럼 엇비껴 쌓아 올려져 있는 정물화…. 단순하고도 적막한 배경에 수평으로 가지런히 나열된 기물들은 이인숙 작가의 손을 거치면 독특한 구성을 통해 기물들이 서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정물화로 재탄생된다.


이처럼 긴장감을 유발하는 정물화는 ‘말 없는 사물’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표현이자 언어적 메시지가 되고 요즘 한국의 위태로운 사회를 은유하는 메시지도 된다. 뿐만 아니라 탁자 모서리에 유리컵들이 엇비껴 쌓아 올려져 있는 정물화를 보노라면 형식적으로는 ‘추락하는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게 하며, 결국 내용적인 측면에서 작가가 대면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과 작가의 심리상태를 동시에 은유한다.


이인숙 작가가 지향하고자 하는 것은 진정성의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작가가 최근 현대적 도자기를 소재로 구성방식을 달리하는 형식적 차원의 변주를 가속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동아닷컴 교육섹션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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