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 13분 회동’… 매듭 못지은 정세균 의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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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정국/강경한 야권]‘총리의 통할’ 모호한 표현 그냥 넘겨… “의장이 명확히 정리했어야”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의 8일 국회 방문은 전날 밤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전날 국회를 찾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한 실장과의 면담 자체를 거부하자 청와대가 여야 대표 회동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우선 추진하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정 의장은 청와대의 제안에 처음에는 “야당 대표들과 먼저 얘기하는 게 좋겠다”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한 실장이 거듭 요청하자 이를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실장은 1996년 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이었고, 정 의장은 초선 의원으로 기획조정위원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또 1998년 한 실장이 제1기 노사정위원장이었을 때 정 의장은 노사정위원회 정당 대표였다.

 청와대는 내심 여야 대표의 참석도 기대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의 회동은 13분 만에 끝났다. 공개 발언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 정 의장은 민심을 전달하긴 했지만 ‘총리의 통할’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는 묻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야당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회동에서 명확하게 정리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의장으로서 국회 분위기나 야당의 주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전달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이날 국회에선 대통령의 접근을 막는 삼엄한 경호도, 보안을 위한 휴대전화 먹통 사태도 없었다.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 50여 명은 대통령이 본관 로비에 들어서자 1m 남짓한 거리에서 ‘국정에서 손떼라’ ‘박 대통령 하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떠날 때 배웅 나온 새누리당 의원은 지상욱 의원 등 3명에 불과했다. 지지율이 급락한 박 대통령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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