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대미 흑자폭 줄여라”… 보호무역 장벽 높일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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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어 ‘환율 관찰 대상국’ 재지정
“한국, 외환시장 여전히 개입… 최근 1년 302억 달러 대미 흑자”
美 재무부, 환율정책 압박 지속… 대선 후 수출 먹구름 짙어질 수도

 미국 정부가 한국을 또다시 ‘환율정책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올해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전보다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압박 강도는 다소 완화됐지만 앞으로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는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재무부는 15일(현지 시간)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독일, 스위스를 관찰 대상국(모니터링 리스트)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환율 조정을 위해 올 상반기(1∼6월)에만 95억 달러(약 10조7682억 원),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240억 달러를 쓰며 시장에 개입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올 1∼9월 원화가치가 미 달러화보다 6.5% 강세를 보였다고 추산했다. 한국 외환당국이 보유하고 있던 달러화를 내다 파는 방식(매도개입)으로 환율을 조정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을 일정 수준 이내로 막았다는 분석이다.

 미 정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올 상반기 원화의 절상·절하를 모두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충분한 재정 여력을 감안해 내수 활성화를 추진하고 중장기적 원화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과도한 수출 의존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의 경제 체질이 괜찮은 만큼 대미 수출을 돌파구로 삼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됐지만 우리 정부와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환율이 올랐을 때 달러화를 매도했다는 것을 미국 정부가 보고서에 언급한 게 고무적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미국은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때 한국이 달러를 사들이며 환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가장 민감해한다”며 “(보고서로 인해) 국내 외환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관찰 대상국 지정을 유지하며 한국 외환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지금보다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 이번 보고서가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의 근거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관찰 대상국 지정 기준으로 △연간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우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최근 1년간 302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에 GDP 대비 7.9%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보고서 내용이 한국의 경제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주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최근 수년간 내수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미국 측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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