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흙수저’ 김호령의 KIA 톱타자 성장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8일 09시 30분


KIA 김호령.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호령.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명순위 꼴찌. 대개는 프로에 진출해도 2군 생활을 하다 아무도 모르게 유니폼을 벗는 일이 많은 위치다. 순번과 이에 맞는 계약금은 프로야구에서 신분과 위치를 나타내는 숫자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신분이 갈리는 사회상 속에서 프로 선수로 이를 반전시키는 이가 있다. KIA 외야수 김호령(24)이다. 김호령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 전체 102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가장 마지막이던 103번째로 한화에 지명된 서울고 투수 박윤철이 연세대 진학을 선택하면서 김호령은 프로행 ‘막차’를 탄 신인이 됐다. 신생팀 kt의 우선지명 2인과 각 구단의 1차지명자 10명을 포함하면 총 114번째로 이름이 불린 셈이다.

1군 선수로 만든 장점 하나, ‘수비력’

흙수저 중의 흙수저였지만 동기들보다 빨리 1군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3경기서 타율 0.218·1홈런·21타점·11도루를 기록했다. 지명순위를 완전히 반전시킬 수 있었던 건 특출난 ‘수비력’ 덕분이었다. 빠른 발과 타구판단능력을 바탕으로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며 KIA 외야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호령은 “지명 당시엔 순위에 개의치 않았다. ‘가서 잘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렇게 빨리 1군에 올라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수비 덕분인 것 같다.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지난해 경험이 올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를 1군으로 이끈 수비력의 이면에는 피나는 연습이 있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붙박이 외야수로 뛰기 시작한 김호령은 동국대 재학 시절 타격훈련 때마다 중견수 자리에 서서 타구를 쫓았다. 타자들의 타이밍과 그에 따른 낙구지점을 포착하는 훈련을 꾸준히 한 결과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목표는 ‘만능 플레이어’

그의 롤모델은 ‘타격기계’라 불린 스즈키 이치로(43·마이애미)다. 불혹을 훌쩍 넘어서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김호령은 “이치로는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타격이면 타격, 모든 걸 다 잘하는 만능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김호령도 이치로처럼 무엇이든 잘하는 선수가 목표다. 올해는 타격에 있어서도 눈을 떴다. 전반기 성적은 63경기에 나와 타율 0.291(258타수 75안타)·4홈런·22타점·11도루.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하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2할9푼대로 떨어진 게 조금 아쉬웠다.

김호령은 “내가 방망이를 잘 치는 게 아니었기에 시즌 전에는 2할5~7푼 정도를 목표로 잡았다. 기대 이상으로 잘 되고 있어 지금처럼 유지하는 게 새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김호령은 타이거즈의 새 1번타자다. 리빌딩 중인 KIA의 큰 소득이다. 그는 “작년엔 1번으로 나가면 부담이 있었는데 올해는 잘 모르겠다. 항상 출루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나간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 코치님께 조언을 많이 받고, 잘 치는 선수들이 어떻게 하나 보고 연구도 많이 한다. 잘 치는 타자는 대부분 타격 시 몸이 많이 안 나가더라. 올해는 하체를 잡아서 치려 하는데 그걸 집중적으로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