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와 옥주현, 대체 불가 연기와 가창력의 향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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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토드’

9년 만에 재공연된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괴기하고 광기 어린 이발사 스위니토드 역을 맡은 조승우(오른쪽)와 그의 복수를 돕는 러빗 부인으로 수다스러운 아줌마 연기에 도전한 옥주현. 오디컴퍼니 제공
9년 만에 재공연된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괴기하고 광기 어린 이발사 스위니토드 역을 맡은 조승우(오른쪽)와 그의 복수를 돕는 러빗 부인으로 수다스러운 아줌마 연기에 도전한 옥주현. 오디컴퍼니 제공
‘역시 조승우였다.’

9년 만에 재공연된 뮤지컬 ‘스위니토드’ 무대에 선 배우 조승우는 남달랐다. 복수심에 불타 잔혹한 살인을 일삼는 이발사 스위니 토드 캐릭터를 날카롭게 해석했고, 매혹적인 광기를 뽐냈다.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이었다. 기괴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의 뮤지컬 넘버는 그의 음색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그의 인생작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에 이어 배우 조승우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일 새로운 작품을 만난 모양새였다.

이 작품은 197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세계적으로 수차례 공연됐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가사를 쓴 스티븐 손드하임이 영국 런던 로열스트랫퍼드 이스트 극장에서 공연 중이던 동명 연극에 매료돼 뮤지컬로 제작했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돼 8개의 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공연은 총 557회에 그치며 흥행엔 실패했다. 2007년엔 할리우드 영화감독 팀 버턴이 영화로 제작해 배우 조니 뎁이 스위니 토드 역을 맡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07년 초연됐지만, 9년간 재공연이 되지 않을 정도로 초라한 흥행 성적표를 남겼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달랐다. 마치 2004년 브로드웨이에선 흥행에 실패했지만 한국 공연에선 배우들의 연기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연일 매진 행렬을 이끌어간 ‘지킬 앤 하이드’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조승우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1막 초반부 이발용 칼을 붙잡고 광기에 서린 미치광이 눈빛을 쏘아대며 부르는 ‘마이 프렌즈(My friends)’, 자신의 아내를 유린하고 딸까지 넘보는 터핀 판사를 15년 만에 만나 복잡한 감정을 연기하는 ‘프리티 우먼(pretty woman)’, 복수할 기회를 놓친 뒤 분노하는 ‘공현 축일(Epiphany)’ 넘버 등에서 그의 연기력과 가창력은 캐릭터에 100% 몰입된 모습이었다. 특히 복수가 극에 달하는 2막에선 광기 어린 그의 연기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조승우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뮤지컬의 여제 옥주현은 인육 파이를 팔며 스위니 토드의 복수를 돕는 ‘러빗 부인’ 역을 맡았다. 그간 맡아온 공주, 여왕 등의 캐릭터와 달리 쾌활하고 비도덕적인 유머를 구사하는 다소 ‘아줌마’스러운 캐릭터를 맡으며 연기 변신을 꾀했다.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배우이지만, 전작에서 맡아온 캐릭터들의 잔상이 남아서일까. 잔망스러운 러빗 부인보다는 다소 우아함이 묻어나는 모양새였다. 10월 3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88-5212 ★★★★(★5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스위니토드#조승우#옥주현#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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