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스크린골프 즐기다 ‘아이고 허리야’ … 땅 치면 골프엘보까지

  • 입력 2016년 6월 2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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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49% 척추·관절통증 경험, 초보자 갈비뼈통증 많아 … 음주시 거리감 떨어져 부상위험↑

고비용 스포츠인 골프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려는 사람이 늘면서 스크린골프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주머니 부담이 적어 친구, 직장동료, 가족과 함께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1·2차 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찾는 경우도 많다. 춥거나 더운 날씨에 훌륭한 쉼터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흡연도 자유롭고 소정의 간식도 제공돼 사람을 끈다.

이처럼 바쁜 현대인의 레저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는 스크린골프가 허리통증 등 각종 관절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야외 필드에서는 걸으면서 근육이 자연스럽게 풀어지고 내리막·오르막 스윙, 벙커스윙 등 다양한 스윙 동작으로 허리 각도가 자연스럽게 변해 부담이 덜하다. 반면 스크린골프는 스트레칭이나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짧은 시간 내에 다리의 위치나 자세가 거의 변함없이 스윙을 반복하므로 허리와 척추에 부담이 가중된다. 음주 후 스크린골프장을 찾았다면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큰 스윙을 반복적으로 하다가 각종 부상에 쉽게 노출된다.

국내 한 연구결과 골프 등 스크린스포츠 시설을 이용한 성인 122명 중 49%가 척추·관절통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부위로는 허리 23%, 근육통 23%, 팔꿈치 9%, 목과 어깨 6%, 손목과 발목 6%, 갈비뼈 5% 순으로 집계됐다.

문자영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스크린골프 이용시 시간 제한이나 음주 등 원인으로 마음이 급해져 바닥을 내리치거나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는 풀스윙을 할 경우 평소 쓰지 않았던 근육과 인대가 강하게 수축되면서 관절에 엄청난 순간압력이 전달돼 통증과 부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골프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스크린골프 후 갈비뼈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스크린골프장 바닥은 필드처럼 부드러운 잔디가 아니어서 뒤땅을 칠 경우 골프엘보가 발생할 수 있다.

스크린골프는 계속 움직여야 하는 야외 필드와 달리 이동공간이 한정돼 주로 앉아서 대기시간을 보낸다.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자신의 순서가 왔을 때 바로 스윙 자세를 취하면 근육과 척추가 적응하지 못해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관절통을 예방하려면 잠시 쉬거나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앉아 있지 말고 가볍게 허리를 흔들어주는 게 좋다.

골프는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편측운동으로 신체 좌우 밸런스가 무너지기 쉬워 운동 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마무리 운동이 필수다. 필드에서는 라운드를 마친 후 사우나를 하고 다른 활동을 한 뒤 귀가해 불균형해진 근육이나 골격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는 시간이 끝난 뒤 곧바로 귀가해 잠드는 경우가 많아 근육과 골격이 불균형한 상태로 아침을 맞게 되고, 각종 척추·관절질환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스크린골프를 즐긴 뒤에는 10분 정도 마무리운동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스크린골프를 찾는 고객의 대부분은 직장인이다. 특히 회식을 끝내고 시작하는 음주 골프는 부상의 지름길이다. 감각이 무뎌져 평소보다 무리한 스윙을 하기 쉽고 골프클럽을 놓치는 대형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에서 분해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성분이 관절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체내에 노폐물이 쌓이게 한다. 또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단백질이 소비돼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약화된다. 이런 상태에서 골프나 야구의 스윙자세를 반복적으로 취하면 근육과 인대의 충격흡수 기능이 떨어지면서 부상 확률이 높아진다.

김미정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알코올 섭취로 척추가 약화된 상태에서 스윙이나 과격한 몸놀림을 하면 허리 등 척추 부위에 관절통이 발생하고, 평소 허리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람은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이 유발 및 악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음주 후 스크린스포츠는 눈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신 뒤 30~60분이 지나면 점차 볼을 겨냥하는 거리감이 떨어져 무리한 스윙을 할 확률이 커진다. 또 음주 후 간의 해독작용으로 혈액이 간에 모이면 눈의 혈류량이 줄고, 이런 상태에서 2시간 이상 스크린화면을 보면 눈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된다. 부득이하게 음주 후 스크린골프장을 찾았다면 중간 중간에 눈을 가볍게 마사지해 혈류량을 늘리고 시선을 자주 바꿔주는 게 좋다.

스크린골프장에서 부상 없이 운동을 즐기려면 스트레칭이 필수다. 게임 시작 전 10~15분간 허리, 목, 어깨, 무릎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김 교수는 “타석에 들어선 뒤 가벼운 스윙을 몇번 실시한 뒤 볼을 쳐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며 “골프는 힘으로 하는 비거리 운동이 아니라 유연성을 기본으로 하는 정확성의 운동이므로 무조건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윙을 강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객원기자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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