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에도 환경호르몬이? … 수유 포기해야 할까

  • 입력 2016년 4월 25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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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완전영양식·애착형성에 긍정적’ 수유 권장 … 내장요리? 플라스틱 멀리해야

흔히 모유는 아기를 위한 완전한 영양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모유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엄마들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작년 3월 방송된 EBS ‘하나뿐인 지구’의 ‘모유잔혹사’ 편에서 제작진은 수유 중인 엄마 5명의 라이프패턴을 취재하고 그들의 모유를 채취,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들은 모두 아이에게 나은 모유를 주기 위해 커피도 끊고, 음식을 가려먹는 모범적인 엄마였다.

하지만 뜻밖에 모유에서 생각지도 못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검출된 호르몬은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비스페놀A,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이었다. 아기에게 분유가 더 좋다는 것인지, 수유를 지속해야 하는지 헷갈린다는 주부들의 원성에 제작진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모유 속 환경호르몬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유 중 유해물질 검출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여러 논문과 보고를 통해 알려져 왔던 사실이다. 화장품, 각종 캔, 육가공식품, 코팅 프라이팬 등을 통해 일상에서 너무나 많은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있기에 이를 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모유에서도 환경유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의 가슴은 지방이 밀집된 신체 부위인데, 지방은 환경유해물질과 친하기 때문에 유독 가슴에 환경유해물질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환경호르몬은 모유수유 하는 엄마뿐만 아니라 임산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며 “수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 내 PBDEs(환경호르몬)의 수치를 조사한 결과 환경호르몬은 산모의 혈액, 탯줄, 모유 등에서 모두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유 속에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는 게 사실이지만 영양학적으로나 면역학적으로 완벽한 식품이며, 무엇보다 엄마와 아이의 애착형성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도 모유 속에 유해물질이 미량 포함돼 있더라도 모유의 우수성이 뛰어나고, 수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훨씬 많기 때문에 24개월 동안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모유를 공급하려면 내분비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을 내뿜는 화학물질을 최대한 멀리하는 게 우선이다. 플라스틱 장난감, 인조가죽 의류, 바닥재 등 생활 속에서 접하는 환경호르몬 물질이 적잖아 이를 골라내는 게 첫 번째 단계다.

가령 화장품이나 샴푸 등에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제품은 사용을 자제한다. 비닐·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식품, 캔·통조림 식품도 피한다. 가능한 피하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환경호르몬 물질을 골라내는 데에만 몰두하면 삶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오히려 현대인은 이미 상당량의 환경호르몬 물질이 인체에 쌓여 있는 만큼 이를 배출시키는 데 주력하는 게 낫다.

우선 산모는 수유 기간 다이어트는 잠시 미뤄둘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체내로 들어온 환경호르몬을 아주 서서히 배출시킨다. 이들 물질이 들어오면 배출되기 전까지 주로 ‘지방조직’에 머문다. 인체로 들어온 환경호르몬은 지방층에 축적돼 있다가 지속적으로 혈중으로 흘러나온다. 어떻게 보면 지방조직이 다른 주요 장기를 보호하는 셈이다.

따라서 다이어트로 갑작스레 지방량이 줄어들면 그나마 안전하게 자리잡고 있던 환경호르몬이 혈중으로 흘러나오고 인체의 주요 장기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출산 직후의 급격한 다이어트는 모유 속 환경호르몬 수치를 높일 우려가 있다. 지방조직에서 흘러나온 화학물질이 모유에도 녹아들게 된다.

김태준 원장은 “임신 때 주의하지 않고 살을 찌우다 출산 후 급격하게 살을 빼는 게 산모나 아기에겐 최악”이라며 “임신 기간 갑자기 살이 찌면 외부에서 들어온 화학물질이 상대적으로 더 쉽게 지방조직에 축적되므로 출산 후 급격한 다이어트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동물성 식품을 먹을 때는 되도록 기름 없는 부위를 택하고 내장은 피한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쳐 요리하고, 튀기거나 볶는 것보다 찌고 삶는 조리법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을 조금이라도 줄여 환경호르몬과 멀어지는 길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디톡스 과정에 필수적이다. 약간 빠르게 걷는 워킹은 체내 화학물질을 배출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햇빛 아래서 가볍게 걷는 운동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되고 환경호르몬을 배출시킬 수 있다. 외출이 여의치 않다면 집에서 잠시 짬을 내어 스트레칭하거나 요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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