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팍팍하고 힘들어진 월급쟁이의 삶… ‘미생’ 시즌2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작은 회사에 둥지 튼 장그래와 동료… ‘완생’과 더 멀어진 불편한 현실 봉착

만화 ‘미생’ 시즌1 초반(왼쪽 사진)과 시즌2의 장그래.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을 반영한 듯 조금 더 미남형으로 변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만화 ‘미생’ 시즌1 초반(왼쪽 사진)과 시즌2의 장그래.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을 반영한 듯 조금 더 미남형으로 변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월급날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건 회사의 엄청나고 엄청난 성과야.”

최근 나온 ‘미생(未生)’ 시즌2(10권) 속 대사다. 이제는 월급이 나올지조차 불투명하단다. 그만큼 ‘미생’ 시즌2는 더 팍팍해지고 불편해졌다.

시즌1은 프로 바둑기사 지망생이던 장그래가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샐러리맨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다뤄 웹툰은 조회수 10억 회, 단행본 판매는 200만 부를 기록하는 대박이 났다.

시즌2에서는 정규직이 되지 못한 장그래가 원인터내셔널을 그만둔 오상식 차장, 김동식 대리와 함께 온길인터내셔널이라는 작은 회사에서 일한다. 초반에는 시즌1의 마지막에서 생략된 내용, 즉 장그래와 김동식 대리가 이 회사에 입사하는 과정이 나온다.

더 악화된 생활이 주인공들을 몰아붙인다. 좁은 사무실에서 4명뿐인 직원들이 점심을 배달해 먹는다. 그릇을 정리하다 김치찌개 국물이 흐르자 장그래가 바닥을 닦으며 말한다. “초라해 못 견디겠다.” 동시에 원인터내셔널에 남은 장그래의 입사 동기들은 회사 워크숍에서 “보물찾기 상품은 디지털TV”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와 대비를 이룬다. 팍팍한 현실은 캐릭터마저 바꿔 놨다. 사람을 아끼던 오 차장은 사람 한 명 더 쓰기보다는 수출 보험을 드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냉정해졌다.

바둑과 비교되는 직장생활은 시즌1과 같다. 시즌2 역시 1999년 제3회 삼성화재배 이창호 9단과 마샤오춘 9단의 결승 5번기 제5국의 치열한 한 수 한 수가 직장의 크고 작은 전투와 비교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보다 세밀해진 리얼리티 때문에 시즌1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시즌2 첫 장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전체 노동자의 12.3%를 차지하는 이들이 대기업 현관을 향할 때, 대기업의 1000배에 육박하는 중소기업을 향해 전체 노동자의 87%에 달하는 종사자가 골목으로 들어선다.”

독자들은 자신이 중소기업에 다녀도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임원 경쟁을 하는, 스케일이 큰 대기업의 스토리를 더 선호할지 모른다. 완생(完生)을 꿈꾸는 장그래를 응원했던 시즌1의 독자에게 완생(대기업 정규직)을 꿈꾸기조차 어려워진 장그래는 너무나 회색빛이다. 완성도와 별개로 시즌2에 손이 덜 가는 이유다. ★★★★ (별 5개 만점)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미생#장그래#임시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