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두 남자의 춤사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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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류장현-한국무용 조용진, ‘칼 위에서’ ‘기본활용법’ 교차 공연

“잠깐만 가만히 있어 보세요.” 사진을 찍던 사진기자가 애원했다. 현대무용가 류장현(왼쪽)과 국립무용원의 주역 무용수 조용진이 무대에서 함께 촬영에 임했다. 류장현은 촬영 내내 한시도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반면 조용진은 기자의 요구가 아니면 취했던 자세 그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춤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잠깐만 가만히 있어 보세요.” 사진을 찍던 사진기자가 애원했다. 현대무용가 류장현(왼쪽)과 국립무용원의 주역 무용수 조용진이 무대에서 함께 촬영에 임했다. 류장현은 촬영 내내 한시도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반면 조용진은 기자의 요구가 아니면 취했던 자세 그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춤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외모는 역시 선입견이었다.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두 명의 무용수는 자기 전공과는 상반된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한국무용가인 조용진(31)은 스키니진에 깔끔한 코트를 입어 현대무용가처럼 보였다. 반면 현대무용을 하는 류장현(33)은 펑퍼짐한 바지에 커다란 파카를 입어 한국무용가 같았다.

두 사람은 21일부터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특별한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 ‘칼 위에서’를 통해 현대무용가인 류장현(33)은 한국무용의 정신을 그린다. 공연 ‘기본활용법’에는 한국무용이 전공인 조용진(31)이 생각하는 한국무용의 기본을 담았다. ‘칼 위에서’는 20, 22, 23일에, ‘기본활용법’은 21, 23일에 교차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이 공연에 앞서 서로의 무용 철학을 교류했다.

○ 다르다―현대화와 본질 찾기

류장현은 이번까지 벌써 4번째로 한국무용을 하는 국립무용단과 협업한다. “누가 보면 저를 한국무용가로 생각할 것 같아요. 협업을 하면서 한국무용의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한국인인 만큼 우리 춤의 뿌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커요.”

조용진은 이번 공연에 전통음악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을 함께 사용한다. “국립무용단은 전통을 기반으로 창작을 하는 단체예요. 일반적으로 한국무용은 한국음악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저는 한국적인 춤사위를 어떻게 현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류장현과 조용진은 신분도 판이하다. 조용진은 국립무용단 단원, 류장현은 프리랜서다.

“월급을 받고 주 5일제에 1년의 일정이 다 짜여 있어 거기에 맞춰 자신의 일정을 짤 수 있어요. 매일 안정적으로 춤을 출 수 있다는 점도 좋죠.”(조용진)

“정해진 월급은 없지만 어슬렁거리며 어떤 현상을 밖의 시점으로 볼 수 있어요. 다행히 전 운 좋게 안무도 많이 맡고 있어요. ‘그렇게 너 계속해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죠.”(류장현)

○ 같다―우린 꿈틀대니까

“용진이도 현대무용가죠.”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의 차이점을 묻자 류장현이 답변했다. “조금이라도 혁신적인 것을 추구한다면 현대무용이라 할 수 있어요. 용진이는 국립무용단이란 조직 안에서 뭔가 꿈틀대고 열심히 해요. 새로움을 추구하는 용진이가 진정한 현대무용가죠.”

조용진의 생각도 비슷했다. “조직 안에서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제 춤도 끝나죠. 무용수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몸으로 풀어내는 사람이에요. 끊임없이 생각하고 춤을 춰야 하죠.”

류장현은 여러 공연에서 안무가로 나섰다. 류장현은 “안무를 짜고 스태프와 무용수 관리 등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기승전돈’이다. 안무도 결국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안무를 짜고 싶죠.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죠. 큰 공연을 준비하면서 배워 나가는 것 같아요.”

옆에서 듣던 조용진도 한마디 거든다. “저도 경험해 보니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결국 돈이 들더라고요.”

현실이라는 ‘칼 위에서’ 춤에 대한 ‘기본활용법’을 추구하는 두 명에게 춤이란 무엇일까. “티켓 많이 팔려면 지드래곤이나 설현을 부르면 돼요. 다만 저희는 관객이 무용을 찾아오게 하고 싶을 뿐이에요.”(류장현)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류장현#조용진#칼 위에서#기본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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