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이름으로 서로 믿고 몸 맡기며 안정감 있는 춤 춰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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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로 8개월 만에 호흡 맞추는 황혜민-엄재용 커플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주역 엄재용(왼쪽), 황혜민 커플. 이들은 “8개월 만에 전막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만큼 기대 이상의 무대를 선보이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주역 엄재용(왼쪽), 황혜민 커플. 이들은 “8개월 만에 전막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만큼 기대 이상의 무대를 선보이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12년 결혼한 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발레 커플로 꼽혀 온 황혜민(37)과 엄재용(36).

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 커플이자 올해로 12년째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이들이 8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 14∼16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통해서다.

올해 UBC 입단 16년 차(엄재용), 14년 차(황혜민)인 이들은 늘 개막과 폐막 공연의 주역을 도맡는 발레단의 기둥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이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난해 말에 생긴 엄재용의 허벅지 부상 때문이었다.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데지레 왕자(엄재용)가 카라보스의 저주에 걸려 100년간 잠이 든 오로라 공주(황혜민)를 키스로 깨우는 장면을 재연한 콘셉트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데지레 왕자(엄재용)가 카라보스의 저주에 걸려 100년간 잠이 든 오로라 공주(황혜민)를 키스로 깨우는 장면을 재연한 콘셉트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엄재용은 “허벅지 햄스트링이 찢어져 재활 치료를 받느라 올 상반기 공연을 모두 쉬었다”며 “UBC가 올해 세계 초연한 ‘그램 머피의 지젤’ 오디션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잠자는…’은 이들에게 더욱 특별하다.

1890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잠자는…’은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3대 발레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작품이다. 기본 동작과 클래식 테크닉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고전 발레의 교과서로 통한다.

이들은 “안무에서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아 까다롭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 덕분인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어려운 작품이지만, 남편이랑 함께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 든든해요. 제 몸이 약간 삐뚤어져 있는데 남편이 워낙 오래 저랑 호흡을 맞춰서 제일 잘 잡아주는 발레리노예요. 제가 겁도 많은 편이거든요. 올 상반기 저랑 파트너를 했던 발레리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고난이도 동작을 했는데 그가 ‘왜 자기를 믿어주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황혜민)

“파트너끼리 성격이 안 맞아서 싸우는 경우도 많은데, 오랜 시간 함께해서 그런지 서로 몸을 맡기며 안정감 있는 안무와 연기를 합니다.”(엄재용)

이 커플은 관객들에게도 ‘믿고 보는 무용수’로 통한다.

‘잠자는…’의 특징 중 하나는 데지레 왕자 역을 맡은 엄재용보다 오로라 공주 역의 황혜민의 활동량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데지레 왕자는 2막이 시작돼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황혜민은 “오로라 공주는 특히 1막에서 청혼하러 온 왕자 4명과 계속 춤을 춘다”며 “악의 요정 카라보스의 저주로 물레 바늘에 찔려 잠든 후 꿈속에서도 춤을 추는데 정말 숨이 차올라 죽을 지경”이라며 웃었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두 무용수의 ‘연기력’이다. 엄재용은 “이제 우리도 30대 중반이기에 20대 무용수들의 체력이나 테크닉을 못 따라간다”며 “하지만 저희만의 장점은 바로 경험에서 나오는 성숙한 연기력”이라고 했다.

실제로 황혜민의 연기력은 전문 배우 못잖게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용수로서 늘 내면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심지어 TV 드라마를 볼 때도 내가 여주인공이라고 여기며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요. 호호.” 2만∼8만 원. 02-2230-660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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