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은 솔직함을 추구… 추한 면 드러내는 것 두렵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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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 가진 英싱어송라이터, FKA 트위그스

꽃으로 한 눈을 가린 채 포즈를 취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FKA 트위그스. 영화 ‘트와일라잇’의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약혼녀로도 유명하다. 강앤뮤직
꽃으로 한 눈을 가린 채 포즈를 취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FKA 트위그스. 영화 ‘트와일라잇’의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약혼녀로도 유명하다. 강앤뮤직
눈두덩에 그린 비현실적인 아이라인 때문일까.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에서 만난 FKA 트위그스(FKA Twigs·본명 탈리아 바넷·27)의 눈은 두 개의 페르마타(늘임표) 같았다.

2014년 말, 미국의 ‘타임’지는 이 영국 싱어송라이터의 데뷔앨범 ‘LP1’을 그해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했다. 축축 처지는 힙합 비트에 들러붙는 우울한 액체 같은 전자음. 그 안을 상처 입은 새 같은 노래가 헤엄치는 미니멀리즘 R&B는 외계 행성의 숲처럼 익숙하고 낯선 소리 풍경을 선사한다. 작은 인디언 인형처럼 독특한 외모의 트위그스는 최근 영화 ‘트와일라잇’의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약혼해 화제가 됐다.

트위그스는 카일리 미노그, 에드 시런의 백댄서로 활동하다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뒤 전위적인 안무와 뮤직비디오를 낯선 음악과 결합했다. 그는 29일 밤 서교동에서 연 첫 내한공연에서 조그 셔틀로 재생한 듯 발작적인 안무와 고혹적인 노래를 결합해 독특한 무대를 꾸몄다.

FKA 트위그스는 29일 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예스24 무브홀에서 가진 첫 내한 무대에서 피거나 지는 꽃, 아니면 그걸 포식하는 곤충처럼 춤췄다.
조윤호 제공
FKA 트위그스는 29일 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예스24 무브홀에서 가진 첫 내한 무대에서 피거나 지는 꽃, 아니면 그걸 포식하는 곤충처럼 춤췄다. 조윤호 제공
―작사, 작곡, 안무,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도맡아 한다. 음악 말고 취미가 있다면….

“예술에 모든 시간을 바친다. 예술 말고 유일한 낙은 달걀 요리뿐이다. 친구들, 남자친구를 위해 아침 만들어주는 걸 즐긴다.”

―무용답지 않은 움직임을 안무에 자주 활용한다. 춤을 제외한 인간의 움직임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뭐라고 보나.

“무릎이나 허리가 안 좋은 노인들이 구부정한 자세로 아주 느리게 걷는 모습. 그들은 자신이 처한 신체적 상황에 적응해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런 리듬을 사랑한다.”

―음악을 제외하고 인간이 내는 소리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사랑하는 사람이 잠자며 숨쉬는 소리. 온전한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조금 떨어져 그 리듬을 바라보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한국에선 표절 문제가 심각하다. 표절을 막기 위한 당신만의 노력이 있다면….


“‘요즘 누가 핫한가’에 관심이 없다. 때론 트렌드를 잘 모르는 게 표절하지 않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당신의 음악, 춤, 영상을 기괴하다고 보는 이도 적잖다. 당신이 추구하는 건 미(美)인가.


“결코 아니다. 솔직함이다.”

―솔직함이란 뭔가.

“자신의 추한 면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난 아주 솔직하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뭔가.

“내 정체성을 잃는 거다.”

―좋아하는 영화는….

“하나만 꼽긴 힘들다. 슬픈 영화가 좋고 코미디나 로맨틱코미디는 싫다.”

―예술가로서 최종적인 목표는….

“세계를 돌며 공연하면서 최고의 채식주의 식당을 모두 가보기. 음악이나 영상을 만드는 데 있어 세상과 타협하지 않기. 100퍼센트의 내가 되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fka 트위그스#첫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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