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은행 영업 중단 긴급조치 ‘디폴트 위기 고조’…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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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6월 29일 2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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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동아일보 DB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동아일보 DB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저녁 TV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은행 영업 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그리스 정부가 요구한 구제금융 단기 연장안이 거부됐다”면서 “이에 그리스 은행들의 가용 유동성을 제한하는 유럽중앙은행(ECB) 결정이 나왔고, 그리스 중앙은행이 은행 영업중단과 자본통제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그리스 중앙은행 권고를 받아들여 은행 영업 중단과 예금인출 제한을 취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침착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면서 “유로존은 오늘 밤에라도 ECB가 그리스 은행들에 유동성을 늘려주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은행 영업 중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아테네 증시도 29일 휴장한다. 이와 관련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7월5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종료일은 6월30일이라고 확인하면서 그리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리스는 6월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채무 15억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27일 오전 1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긴급 연설을 통해 “(국제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7월 5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TV로 생중계된 이 연설을 본 그리스 시민들은 패닉에 빠졌고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려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인출해 뱅크런 사태가 촉발됐다.

총리의 국민투표 결정은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한 것이자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를 국민에게 직접 묻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에 ECB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키로 결정, 사실상 증액 요구를 거부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과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중앙은행 총재 등이 ECB 회의가 끝난 직후 금융안정위원회를 열고 뱅크런 사태를 논의했으나 은행들이 자력으로는 예금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은행들은 그리스 정부와 국제채권단 간 구제금융 협상 국면에서 ECB의 ELA에 의존해왔고 ECB는 계속된 그리스 은행들의 한도 증액 요구를 받아들여 왔다. 은행 영업중단 조치는 사실상 그리스 국가 경제가 마비 상태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27일 카파 리서치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대해 찬성은 47%, 반대는 33%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채권단이 신속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주도한 연립정부는 실각하고 반년 만에 다시 조기 총선에 의한 새 정부 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위기 수습의 가닥이 잡히기까지는 상당한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까지 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다. 그리스는 30일 IMF에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지만 현금이 부족해 상환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다만 IMF는 회원국의 상환 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도 민간 채권자에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때만 디폴트로 규정하며 IMF나 ECB 등 공공기관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디폴트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는 7월 20일에는 ECB 부채 35억 유로를 갚아야 하고, 재정증권 만기 연장 실패 등으로 이어져 중기적으로 디폴트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탈퇴 위험도 커졌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5일 국민투표는 그렉시트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사라진다.

그리스 은행 영업 중단, 디폴트.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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