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명랑 유쾌 발랄 ‘오줌마을’로 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8일 05시 45분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정신을 유쾌 발랄 컬트 스타일로 푼 뮤지컬 유린타운. 황당한 제목과 발상으로 인해 초기에는 미국에서조차 공연불가 판정을 받았던 작품이다. 바비 스트롱 역의 김승대가 손을 높이 들고 주민들과 희망을 노래하는 1막의 마지막 장면.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정신을 유쾌 발랄 컬트 스타일로 푼 뮤지컬 유린타운. 황당한 제목과 발상으로 인해 초기에는 미국에서조차 공연불가 판정을 받았던 작품이다. 바비 스트롱 역의 김승대가 손을 높이 들고 주민들과 희망을 노래하는 1막의 마지막 장면.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뮤지컬 ‘유린타운’

2002년 토니상 연출·극본·작곡상 수상
날카로운 풍자·비판…컬트 분위기 백미
아이비 “개그콘서트 가장한 100분 토론”


딱 한 줄로 표현한다면, ‘명랑 유쾌 발랄한 마니아풍의 컬트 뮤지컬’ 정도가 어떨까 싶다.

뮤지컬 유린타운(URINE TOWN). 우리말로 하면 ‘오줌마을’이다. 한자로 쓰면 ‘소변촌(小便村)’이 되시겠다. 물이 바닥나 물 한 컵으로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샤워까지 해야 하는 시대. 클로드웰(성기윤 분)이 회장으로 있는 독점적 기업은 수익을 위해 모든 화장실을 유료화하고, 돈이 없으면 ‘싸지도’ 못 하게 된 가난한 군중이 마침내 들고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2002년 토니상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안무상 등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이 중 3개 부분을 수상한 걸작이지만 초기에는 황당한 제목과 내용으로 인해 수많은 공연장으로부터 공연불가 거절을 당했던 ‘흑역사’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공연 좀 봤다는 관객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2002년 초연됐고, 2003년과 2005년에도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 공연은 10년 만이다. 유린타운의 ‘재개봉’을 손꼽아 기다려온 마니아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이런 작품은 관객보다 배우들이 더 좋아한다. 성기윤, 이경미, 이동근 등 2002년 초연 때 출연했던 배우들이 “유린타운이라면 언제라도 콜”을 외치며 기꺼이 다시 참여했다. 성기윤은 “초연 때 스트롱 노인과 핫 해리, 재연 때 록스타 순경이었는데, 이번에는 클로드웰 회장을 맡게 됐다. 그러고 보니 신분상승이다”라며 웃었다.

● 개그콘서트를 가장한 100분토론 같은 뮤지컬

유린타운의 메시지는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정신이 이 작품에는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데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유린타운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유린타운 관람법의 핵심은 분위기에 젖어들라는 것이다. ‘마니아풍’이니 ‘컬트풍’이니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유린타운에서 록스타 순경(김대종 분)은 클로드웰 회장 편에 선 악덕경찰이지만, 이 작품의 해설자 역할이기도 하다. 한참 진지한 장면에서 느닷없이 관객을 향해 “이 뮤지컬은 해피엔딩이 아니거든요”한다든지 “1막 끝 장면을 눈여겨보세요”하더라도 당황해서는 안 된다. 유린타운 특유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느긋하게 이 괴팍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뮤지컬을 100% 만끽할 수 있다.

클로드웰 회장의 딸이자 민중봉기를 이끄는 주인공 바비 스트롱(김승대 분)과 사랑에 빠지는 호프 클로드웰 역의 아이비는 “조금 오버하자면 유린타운은 개그콘서트를 가장한 100분 토론”이라며 “가슴 속에 많은 의문을 남기는 작품이니 꼭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기윤, 최정원(페니 와이즈 역), 이경미(미세스 밀레니엄 역) 등 중견배우들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덕에 김승대, 아이비, 최서연(리틀 샐리 역)과 같은 후배들이 무대에서 펄펄 날아다닌다. 록큰롤, 재즈, 블루스, 가스펠을 총망라한 음악도 좋다. 1막보다는 2막이 좀 더 유린타운스럽다. 8월2일까지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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