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근로자가 정년연장 선택… 55세부터 임금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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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임금피크제 3개월앞]

일본의 임금피크제는 연금 지급 시기 및 정년연장과 하나의 세트처럼 묶여 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가 넘는 상황에서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나온 고육책이 3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재정 위기로 연금을 받는 연령을 계속 늦췄다. 고령기초연금의 경우 1986년 법 개정으로 65세부터 받을 수 있다. 연금 지급 시기가 늦어지면서 나타나는 수입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정년도 지속적으로 늦췄다. 이미 1998년 6월부터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했고, 2013년 4월부터는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급제(호봉제)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정년이 길어지면 그만큼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다양한 ‘유연근로제도’를 마련했고 임금피크제도 그중 하나다.

일본 기업들은 정년 60세를 채운 근로자에 대해 △퇴직 후 재고용 △정년 5년 연장 △정년 폐지 중 하나를 대체로 선택하고 있다. 이 중 ‘퇴직 후 재고용’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60세가 넘으면 일단 퇴직한 후 자회사 등에 재고용되는 것이다. 임금은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십중팔구 줄어든다.

정년을 5년 연장할 때는 대부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 임금 하락에 대한 노동자의 거부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평생직장’ 인식이 강한 일본에서 노동자들은 정년연장이란 혜택을 보는 대신 임금 인하를 감내했다. 회사는 정상 월급을 받고 60세 정년을 맞는 안, 60세 이전부터 월급을 줄이고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안 등 다양한 안을 제시해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후지(富士)전기의 노동자는 만 55세가 되면 60세에 퇴직할지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할지 결정한다. 정년연장을 선택하면 55세 때부터 임금의 50% 수준을 받으며 60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게 했다.

닛코증권은 50, 55, 60, 65세 등 4단계 정년제도를 만들었다. 사원이 정년 시점을 고르면 회사는 각 시점에 맞춰 임금 및 퇴직금 체계를 설계했다. 산요(三洋)전기의 경우 노동자가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고자 하면 55∼60세 동안 55세 때 임금(피크임금)의 70∼75%를 받고, 60세 이후에는 별도의 임금제도를 적용한다.

사회보험 전문 ‘오피스모로호시’의 모로호시 히로미(諸星裕美)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년연장이 법으로 정해지면서 임금피크제도 일반화되고 있다”며 “노사가 임금피크제에 대해 서로 한 발씩 물러서 합의에 도달하는 게 성공 열쇠”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정년연장#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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