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미란다원칙 확인 서명도 인정않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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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파간첩 피의자 무죄 선고에 검찰 부글부글
수사절차 문제삼은 법원에 반발 “예전 유죄판결 뭐라 설명할건가”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의 조사 내용을 인정해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간첩 12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돼 국내외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홍모 씨(41)에게 법원이 5일 “국정원과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검찰은 추석 연휴 중인 9일 이례적으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홍 씨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에선 “법원이 이처럼 형식적 논리에 갇힌 판단을 한다면 향후 간첩 수사는 더이상 할 수 없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2008년 개설된 합신센터는 그동안 조사했던 탈북자 2만여 명 중 14명에게서 간첩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이 중 12명을 기소해 모두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나머지 2명은 전향 등을 이유로 공소 보류된 상태다. 대부분의 사건이 홍 씨 사건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법원도 합신센터 조사가 형사절차가 아닌 행정조사라는 점을 전제하고 유죄를 선고해왔다.

그러나 홍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국정원 측 증거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이 고지되지 않은 채 취득된 것”이라고 봤다. 검찰과 국정원은 “합신센터 조사는 누가 진짜 탈북자인지 간첩인지 알 수 없어 많은 인원을 조사하며 작은 단서를 얻는 과정이다. 진짜 간첩이라면 더 충분히 단서를 얻은 다음 미란다원칙(범죄 피의자에게 그의 권리를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 의무)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정원뿐 아니라 검찰이 변호인 조력권, 묵비권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검찰은 “미란다원칙을 듣던 홍 씨가 ‘지루하다’고 해 조서에 문자로 찍힌 미란다원칙 4개 항목에 ‘예’ ‘아니오’라고 자필로 써 인정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는 검사가 미란다원칙을 말로 사전에 모두 설명하지 않았다고 ‘불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하는데, 통상의 사건에서도 확인서를 읽고 서명하는 정도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검찰#간첩 무죄#미란다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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