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골프연습 그물망서 길잃어… ‘밤의 사냥꾼’ 망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함평 골프高 나타난 수리부엉이 자력탈출 실패… 사람이 풀어줘

5일 오전 9시 전남 함평소방서는 “실내 골프연습장에 큰 새가 갇혀 있으니 구조해 달라”는 119신고를 접수했다. 소방관들이 신고 장소인 함평골프고 골프연습장에 도착해보니 그물망 안에 갇힌 큰 새는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사진)였다. 이 골프연습장은 길이 130m, 높이 40m, 폭 50m 규모로 정면과 좌우에 그물망이 설치돼 있지만 위쪽은 전체의 30%만 그물을 설치했다. 눈사태 등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소방관들은 즉시 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수리부엉이가 밤에 사냥을 하다 그물망이 없는 골프연습장 위쪽으로 들어왔다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리부엉이는 야행성 동물이라 낮에는 주위를 잘 보지 못해 못 빠져나갔으나 밤이 되면 자연으로 돌아갈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밤의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 수리부엉이는 6일 아침까지도 골프연습장을 탈출하지 못했다. 골프고 학생들은 연습장 좌우의 그물망을 임시로 내리고 수리부엉이를 밖으로 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낮 12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3명이 다시 찾아와 풀밭에 앉아있던 수리부엉이를 옷으로 감싸 안은 뒤 골프연습장 밖에서 풀어줬다.

함평=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함평 골프연습장#수리부엉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