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남녀의 조화가 조직을 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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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의 경영시대/앤 프란시스 지음/최선미 옮김/304쪽·1만4000원/메디치미디어
◇버핏의 프로포즈를 받은 여인/카렌 린더 지음/김세진 옮김/400쪽·1만5000원갈라북스

저자들은 경영주에게 “딸이나 여성을 기업 후계자로 진지하게 고려하라”고, 여성에게는 “혹독한 리더십 훈련을 심리적으로 감당하라”고 조언한다. 메디치미디어 제공
저자들은 경영주에게 “딸이나 여성을 기업 후계자로 진지하게 고려하라”고, 여성에게는 “혹독한 리더십 훈련을 심리적으로 감당하라”고 조언한다. 메디치미디어 제공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한국의 박근혜…. 여성 리더들의 등장만 보면 세상이 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왜 직장 여성의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게 느껴질까.

2011년 기준으로 미국 노동 인구의 절반 정도가 여성이다. 하지만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경영하는 기업은 12%에 그친다. 2010년의 15%보다 더 낮아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워킹맘 중 11%만 남편과 가사를 적절하게 분담한다고 답했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장을 갈 때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지 괴로웠던 이들은 슈퍼우먼 신드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레스토랑에 모인 버크셔해서웨이 이사들. 12명의 이사 중 2명이 여성이다. 사진 속 왼쪽의 여성은 수전 데커 전 야후 사장으로 최연소 이사이다. 갈라북스 제공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의 레스토랑에 모인 버크셔해서웨이 이사들. 12명의 이사 중 2명이 여성이다. 사진 속 왼쪽의 여성은 수전 데커 전 야후 사장으로 최연소 이사이다. 갈라북스 제공
여성 저자들이 쓴 두 책엔 기업 현장에서 여성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험할 구체적 문제들과 이를 돌파하기 위한 조언이 담겼다. ‘딸들의 경영시대’가 가족기업 컨설턴트인 저자 개인의 독자적 연구 결과를 담았다면 ‘버핏의 프로포즈를 받은 여인’은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여성 경영인 9명과 인터뷰해 이를 풀어 냈다. 유리 천장의 현상과 원인 분석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딸들의…’가, 이를 극복한 여성 롤모델을 찾고 싶은 저자는 ‘버핏의…’가 유용하다.

왜 가족기업은 장자 상속 전통을 쉽게 버리지 못할까. ‘딸들의…’는 외부 요인으로 설명한다. 아버지 사업주들이 여성 직원이나 딸을 보호할 존재로만 여길 뿐 리더로서의 역량에 필요한 훈련 기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딸 후계자들이 늘기 위해서는 어머니 또한 사업의 가치에 대해서 자녀들에게 얘기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커리어 초기부터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라고 조언한다.

‘딸들의…’가 외부적 요인의 변화를 강조하는 반면 ‘버핏의…’는 여성의 자발적인 리더십 발휘 의지에 더 주목한다. 육아에 전념하면서도 성공한 CEO가 된 조리 기구 업체 팸퍼드 셰프의 대표 도리스 크리스토퍼의 사례가 설득력을 더한다. 자녀 둘의 육아를 전담하며 회사를 이끈 그는 주부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가위, 치즈강판 등 조리 도구를 팔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현상 분석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책은 공통적으로 남녀의 조화가 조직의 수익성에 유익하다고 강조한다. ‘딸들의…’에 따르면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의 비율이 최상위권인 회사들은 최하위권 회사들보다 35% 더 높은 자기자본 수익률을 달성했다. 주주배당도 34% 더 높았다. ‘버핏의…’에 인용된 국제경영자문기업 매킨지 앤드 컴퍼니의 연구에 따르면 최고 경영진에 여성 인재가 3, 4명 포함된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이 났다.

아울러 두 책은 단점처럼 여겨지는 여성성을 장점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흔히 여성이 나약하고 파워게임에 약하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소통 능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갈등이 발생하면 남성은 명령과 복종의 권위를 먼저 따진다. 하지만 여성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조율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

1980년대 경영난에 빠진 포드자동차를 구원한 낸시 바도어의 배려와 경청의 리더십이 대표적이다. 포드의 고급 인력 센터 소장이었던 바도어는 완고한 경계가 존재했던 관리직 임원과 생산라인의 현장 노동자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직원들의 창의력과 유대감, 애사심을 높임으로써 위기를 돌파할 동력을 끌어냈다.

워런 버핏이 최초로 선택한 여성 경영인 로즈 블럼킨(1893∼1998)의 소통 능력도 주목할 만하다. 블럼킨은 150cm도 안 되는 자그마한 체구로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며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를 위해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을 일했던 그는 103세까지 경영 일선에 있었다.

‘버핏의…’의 저자는 역할 모델이 될 여성 리더들의 헌신적인 멘토링 강화를 주문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다른 여성을 돕지 않는 여성은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성이 스스로 전문성을 개발하도록 격려하고, 그들이 CEO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려는 남성 CEO의 책임감도 빼놓을 수 없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딸들의 경영시대#버핏의 프로포즈를 받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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