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와 국악의 만남… 눈과 귀가 다 즐겁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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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신윤복의 ‘춘색만원’. 남자는 바구니의 깊은 속을 엿보고, 길 옆 지붕에는 기와가 불뚝 솟아있다. 여인의 웃음짓는 표정이 묘하다. 아담스페이스 제공
혜원 신윤복의 ‘춘색만원’. 남자는 바구니의 깊은 속을 엿보고, 길 옆 지붕에는 기와가 불뚝 솟아있다. 여인의 웃음짓는 표정이 묘하다. 아담스페이스 제공
갓 쓴 사내가 여인네가 들고 있는 바구니를 슬쩍 당기며 들여다보고 있다. 여인네도 싫은 눈치가 아니다. 근처 집에는 기와가 불뚝 솟아 있다. 왜 바구니를 들여다볼까. 왜 기와는 솟았을까.

미술 전시회가 아니라 13, 14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필동 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화통((화,획)通) 콘서트-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에서 만날 혜원 신윤복의 춘색만원(春色滿園)이다. 남녀의 춘정(春情) 가득한 조선시대 그림 10여 점을 소개하고, 국악기와 어쿠스틱 밴드를 결합해 전통 국악과 창작곡을 연주하는 에스닉(ethnic) 팝그룹 ‘프로젝트 락’이 ‘제망매가’를 비롯한 창작곡과 판소리 ‘춘향전’ 중 사랑가, 진도아리랑을 연주한다. 미술평론가 손철주 학고재 주간이 그림 해설을 맡는다. 옛 그림에 나타난 조상들의 ‘사랑법’은 어떠했을까.

“조상들의 춘정에는 작위적인 ‘이벤트’가 따르지 않았습니다. 은근한 실마리에서 시작되죠. 곰살맞고 익살과 해학이 넘쳐나는 것이 그림에서 보이는 조상들의 사랑입니다.”

손 씨는 신윤복의 ‘소년전홍(少年剪紅)’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사내가 몸종처럼 보이는 여인의 팔목을 잡아끌고 있다. 여인은 엉덩이를 뒤로 뺐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림에 혜원은 ‘빽빽한 잎에 초록이 짙게 물드니/가지마다 붉은 꽃잎을 떨어뜨리네’라는 한시를 적어두었다. “이 시에서 보듯 조상들은 인간 욕망의 근원을 생명의 자연스러운 순환에서 찾았다”고 손 씨는 설명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잘 알려지지 않은 19세기 작자미상의 조선 미인도도 공개할 예정이다. 손 씨는 “웃는 표정과 팽팽한 몸매가 ‘조선의 팜 파탈’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의 미인”이라고 귀띔했다. 3만5000원. 1588-1544

유윤종 선임기자 gustav@donga.com
#춘화#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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